세계 공항 중 서비스 1위라고 하던 인천공항이 정시 출발률 50%로 글로벌 허브공항 44개 중 44위로 꼴지를 기록했다고 한다. 시애틀 공항의 88.5%와 비교해 무려 38%나 떨어진다. 무리한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부작용이 벌써 나타나는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인천공항은 50%에 가깝던 환적률이 40%대로, 18% 이상이던 환승률은 14%대로 떨어져 허브공항으로서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연의 경쟁력을 높여 항공수익을 회복시키는 노력 대신 면세점을 비롯한 각종 임대료 수익에 의존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공항측은 임대료 수익으로 글로벌 항공사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결국 국내 회사에서 받아들인 수익을 외국 항공사에 퍼주는 이해하기 힘든 전략이다.

무리한 임대료 인상으로 일부 면세점들은 철수를 검토하고 있고, 식당 등 부대 매장의 서비스 질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화 시책을 가장 모범적으로 따르겠다는 선언으로 경영 압박이 더 커지고 경쟁력이 약화될까 걱정이다. 인건비 상승만이 문제가 아니라 공항 자체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통신이나 공항같은 종합서비스회사들은 대부분 다양한 고도의 업무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고능력자를 모두 직접 고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로 분야별 외주(outsourcing)에 의존하는 이유이다. 이런 서비스 외주는 단순한 인력 파견과는 다르다.

통상 이런 인력의 파견은 서비스의 질과 수준을 정의하는 계약(SLA: Service Level Agreement)에 따르게 된다. 분야별 서비스 수준이 정의되고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을 때는 패널티를 부과하거나 계약을 해지하기도 한다. 외주업체는 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반면 내부 인력에게는 업무목표를 정해 줄 수는 있지만 패널티를 부과하지는 않는다.

결국 서비스와 함께 파견된 인력은 그들만의 능력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여러 형태로 소속 회사의 역량으로 뒷받침된다. 그러니 파견된 인력만 넘겨받아 정규직화하는 것으로는 총체적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연유로 서비스의 질은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역설적으로 외주 업무를 인소싱(insourcing) 함으로써 해결되지 않는 역량을 다시 점차적으로 외주화시키는 현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공공기관이 특수 업무 분야를 직접 개발 운영하지 못하고 외부 발주 방식을 택하는 것은 인력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라 역량의 부족으로 생기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나쁜 고용형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업무의 내용에 따라 다양한 근무 형태를 고려하여야 한다. 전문적인 영역이나 일시적인 업무 등 다양한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에 대해 모든 인력을 직고용을 통해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하락의 심각한 원인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로 인해 세상은 창의성과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거꾸로 경직된 사회로 역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쟁력 하락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실질적으로 삶이 개선될 수 있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면 국민의 삶은 선의와 상관 없이 더 팍팍해 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