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의 성공 비결은 사용자에 대한 '집중'입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공유하고 싶다는 사용자들의 니즈(needs)를 따라 생겼고, 사진 보정, 동영상 공유 같은 새로운 기능들도 모두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신속하게 반영한 결과입니다."

인스타그램의 마이크 크리거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미국 멘로파크시 본사의 인스타그램 조형물 앞에 서 있는 모습. 크리거 공동창업자는“인스타그램 성공 비결은 모바일, 사용자에 대한 집중과 이를 통해 얻은 고객 니즈를 빠르게 충족시켰던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시(市)의 인스타그램 본사에서 만난 마이크 크리거(Krieger·32)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테크앤비즈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에 비해 훨씬 규모가 작기 때문에 빠르게 시장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은 세계 8억명의 이용자가 매일 9500만 개의 사진과 글을 올리는 소셜 미디어지만 직원 수는 여전히 수백 명 수준이다. 3층짜리 건물 2개 동(棟)인 인스타그램 본사는 갓 창업한 스타트업 같았다. 후드티에 노트북을 손에 든 직원들은 카페테리아, 외부 정원 등에 모여 회의하고 코딩(coding·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푸른색 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크리거 공동창업자도 한 손에 노트북을 들고 인터뷰 자리에 나왔다. 그는 "창업한 뒤 지난 8년 동안 쉬지 않고 내 손으로 코딩했다"며 "매일 새 기능을 개발했다가 수정하고 테스트하는 게 일상"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매각은 잘한 결정, 저커버그는 최고의 멘토"

브라질 출신인 크리거 공동창업자는 24세이던 2010년에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곧바로 케빈 시스트롬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인스타그램을 창업했다. 그는 "당연히 학교를 졸업하면 창업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면서 "당시는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드는 시점이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데 좋은 때였다"고 말했다.

크리거 공동창업자는 "다들 창업하고 곧장 성공을 거둔 줄 알지만, 창업 초창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케빈과 처음 만든 것은 '버븐(Burbn)'이라는 위치 공유 서비스였다"면서 "버븐을 시험 테스트해보니 이용자들은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 어디서 뭘 하는지 사진으로 공유하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8주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개발한 게 인스타그램"이라고 말했다. 2010년은 3G(3세대) 이동통신망이 미국 전역에 깔린 데다 카메라 성능을 키운 애플 아이폰4가 출시된 시점이었다. 크리거 창업자는 "사람들은 아이폰4로 사진을 찍어 우리 서비스에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의 성장세는 엄청났다. 창업 2년 만에 사용자 수가 3000만명을 돌파했다. 당시 인스타그램 직원 수는 크리거 창업자를 포함해 12명이었다. 이때 세계 양대(兩大) 소셜 미디어였던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동시에 인스타그램에 인수 제안을 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인수 금액으로 10억달러(약 1조600억원), 트위터는 5억달러(약 5300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페이스북에 합류한 결정은 굉장히 잘한 것"이라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는 우리가 중요한 판단을 할 때마다 결정적인 조언을 해주는 멘토"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을 키운 저커버그의 경험을 고스란히 인스타그램에 담았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성공 비결, 집중과 속도"

인스타그램은 후발 주자지만 소셜미디어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과 동영상 공유는 인스타그램이 처음 서비스했고, 이후 모든 소셜 미디어 업체들이 따라 하는 정석이 됐다. 사진을 예쁘게 꾸며주는 필터 기능,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기능도 인스타그램이 주도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미국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스냅챗의 주요 서비스인 '스토리'를 이름까지 베꼈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토리는 사용자가 사진·동영상을 게시하면 친구들에게 24시간 동안만 나타나고 이후 사라지는 서비스다. 크리거 창업자는 이에 대해 "우리 사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카메라 성능 경쟁에 나선 스마트폰 업계가 인스타그램을 다시 한 번 성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크리거 창업자는 "스마트폰 업체들이 듀얼 렌즈(렌즈가 2개)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인스타그램 콘텐츠의 품질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면서 "사용자들이 점점 더 좋은 사진을 올릴수록 새로운 사용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은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로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분산 저장해 해킹 우려를 해소하고 AI로 댓글이나 콘텐츠 내용을 분석해 가짜 뉴스나 인종차별 같은 문제 있는 콘텐츠를 가려낸다"고 말했다.

크리거 창업자는 한국의 K팝에 대한 관심도 컸다. 그는 "K팝이 미국, 중남미,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인스타그램에도 K팝 관련 콘텐츠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K팝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한국을 잘 몰랐던 세계인들이 K팝에 쉽게 다가서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