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에 대한 금융당국의 반격이 시작된 가운데, 하나은행 노동조합이 전선(戰線)에 가세했다.

하나은행 노조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친동생과 조카가 하나금융지주 관계사와 하나은행에 입사해 근무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 남동생은 2006년 입사한 뒤 정년이 지난 지금까지 과장으로 근무 중이며, 여동생의 딸은 2004년 계약직으로 들어와 다음 해 정규직으로 전환해 현재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김 회장 가족들이 채용되는 과정에 비리가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은 반박 자료를 내고 "김 회장은 조카와 동생 채용 당시 인사 담당도 아니었고, 두 사람 모두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통해 입사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김 회장 조카는 2004년 필기와 면접을 거쳐 계약직으로 하나은행에 들어왔다. 당시 110명이 입사했고, 일정 기간 근무 후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조건이었다. 김 회장 동생은 행우회(行友會) 자회사로 건물 관리 등을 하는 업체에 2005년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그는 전기기사 자격증 등을 갖고 있었다. 입사 당시 월급이 150만원 수준이었고, 지금도 계약직으로 300만원 정도 월급을 받고 있다는 게 하나금융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연루된 의혹이 있는 2013년 하나은행 채용 과정 검사에 주력하면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측근들을 주목하고 있다. 채용 청탁이나 지시가 있었다면 이들을 거치지 않고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보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은행 노조가 제기한 2004~2005년 김정태 회장의 특혜 채용 의혹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자료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의) 이름을 전달한다든지, 경우에 따라 서류 전형을 통과시켜준다든지 하는 관행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그 자체가 오늘날 기준과 시각에서 보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위원장은 "어디까지, 얼마나 문제 삼을지는 검사를 다 해봐야 알 것 같고, 지금 그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