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용 로봇의 첫 국산화 성공 사례로 주목받아온 ‘레보아이(Revo-i)’가 본격 출시됐다.

김준홍 미래컴퍼니 대표는 14일 오후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열린 ‘레보아이(Revo-i)’ 론칭 행사에서 “10여년 간에 노력 끝에 최소 침습 복강경 수술 로봇시스템 ‘레보아이(Revo-i)’를 선보이게 됐다”며 “세계 최상위 수준의 국내 의료 시장 진입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컴퍼니는 14일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수술용 로봇 시스템 ‘레보아이(Revo-i)’를 공개했다. 김준홍 대표가 레보아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레보아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미래컴퍼니(049950)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최소 침습 복강경 수술로봇시스템이다. 환자 몸에 최소한의 절개를 한 후 로봇 팔을 몸속에 삽입해 의사가 3차원 영상을 보며 수술한다. 4개의 로봇 팔을 이용해 수술 부위를 파악하고 절개·절단·봉합할 수 있다. 담낭절제술, 전립선절제술을 포함한 일반적 내시경 수술을 할 때 사용된다.

국산 로봇수술 시스템의 개발부터 출시까지 1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내시경수술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허가받은 것은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개발한 ‘다빈치’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번째다.

◇ “레보아이, 가격·서비스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 공략”

레보아이의 안전성, 유효성, 성능, 편의성은 임상시험과 정부 당국의 허가를 통해 인정받았지만 시장에서의 생존은 또다른 문제다. 미래컴퍼니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 성향의 의료계에서 다빈치 독과점의 벽을 깨고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현실의 장벽은 높다.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은 다빈치로 로봇 수술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1위 기업이다. 인튜이티브서지컬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국내 55개 병원에 73대의 다빈치 로봇 수술기가 설치돼있다. 전세계에 설치된 다빈치 로봇은 2017년 12월 기준 4409개로, 지난 한 해 동안 전세계적으로 87만5000건의 다빈치 수술이 시행됐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 로봇 수술 설치 현황

레보아이는 경쟁사 보다 싼 가격과 더 나은 서비스라는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국내 시장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한다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미래컴퍼니의 사업 모델은 단순히 레보아이 시스템과 소모품을 포함한 ‘장비(Device)’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로봇 수술 프로그램(Robotic Surgery Program)’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이번 행사에서 의사 등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가상 트레이닝 시뮬레이터 ‘레보-심(Revo-Sim)’도 공개했다. 기본적인 동작 연습 모듈 뿐 아니라 장기의 3차원(3D) 모델링을 통해 실제 수술을 연습할 수 있는 모듈까지 탑재하고 있다.

특히 로봇수술 1회당 비용을 경쟁사에 비해 약 42% 절감할 수 있는 비용 구조(장비가격, 유지보수비용, 소모품 비용의 통합가격)의 가격 정책을 펼 계획이다.

김준구 미래컴퍼니 경영기획실장은 “병원과 환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장비의 가격이나 연간 유지 보수 비용이 아니라, 수술 횟수 당 비용”이라며 “병원 상황에 맞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담당 세일즈 컨설턴트들이 각 병원별 로봇수술에 대한 수요(needs)를 파악하고 병원별 차별화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며 “판매 후에도 지속적인 컨설팅을 통해 구매 병원의 레보아이 수술 건수를 극대화하고 회사와 병원, 환자들까지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가 의료시장 겨냥

미래컴퍼니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모서리를 정밀하게 가공하는 장비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1위 업체이지만 IT분야 장비 납품 사업 특성상 매출의 부침이 심해 2007년부터 ‘복강경 수술 로봇’ 개발을 시작했다.

레보아이는 연세대학교의료원, 서울대학교병원, 부산대학교병원, KAIST, 전자부품연구원, 삼성전기 등과의 협업으로 탄생됐다. 정부 국책과제로 선정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3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다. 작년 연세대의료원에서 성공리에 임상을 마치고 같은 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 허가를 받았다.

2005년 다빈치를 국내 최초로 들여온 세브란스병원이 쌓아온 로봇수술 경험은 ‘레보아이’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 레보아이의 임상시험을 주도한 나군호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레보아이를 이용해 전립선암 수술을 성공시켰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술용 로봇 국산화의 성공으로 수입 대체 효과를 통해 정교한 내시경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술시간 단축, 출혈량 감소 등으로 환자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