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노조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금 동결 등 비용 절감을 추진하는 사측과 정면으로 부딪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GM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5.3%(11만7418원)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올해 한국GM의 기본급 요구 인상률을 이같이 확정했기 때문이다. 한국GM노조는 매년 금속노조의 지침을 따라 기본급 인상을 요구해왔다.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사측의 비용 절감안을 거부할 경우 GM 본사는 한국GM에 대한 추가 투자와 신차 배정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GM 본사는 한국GM에 대한 추가 투자의 전제 조건 중 하나로 '비용 절감에 대한 노조 합의'를 내걸고 있다.

◇금속노조가 정해준 한국GM 기본급 인상률 5.3%

지난 12일 한국GM과 현대·기아차노조가 속한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충북 제천 청풍리조트에서 45차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속노조는 한국GM과 현대·기아차의 경우 올해 기본급 인상률 5.3%(11만7418원)를 요구하는 지침을 확정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노동 소득 분배 개선분' 0.6%를 합쳐 인상률을 정했다고 금속노조는 밝혔다. 금속노조는 완성차 3사를 제외한 현대중공업 등 금속노조 소속 다른 사업장의 경우 기본급 인상 7.4%를 요구하기로 했다. 한국GM 등 완성차 3사는 다른 사업장 기본급 인상 요구율과 차이가 나는 2.1%포인트(3만5026원)분에 대해서는 사측에 특별 요구를 하라는 것이 금속노조의 지침이다.

한국GM노조는 15일 이 지침을 바탕으로 자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해 사측에 제시할 예정이다. 형식상 한국GM노조는 다시 논의를 거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GM노조는 금속노조의 공통 요구안을 따라왔다. 작년의 경우 금속노조에 속한 한국GM, 현대·기아차 모두 금속노조가 확정한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안을 첫 요구안에 그대로 반영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노조가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가 정한 기본급 인상 요구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임금 놓고 노사 간 갈등 본격화

한국GM노조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할 경우 노사 갈등은 증폭된다. 한국GM은 최근 4년간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하는 위기 상황이다. 사측은 5월 말 군산 공장 폐쇄를 결정했고, 비용 절감을 위해 노조 측에 기본급 동결, 올해 성과급과 일시금 지급 불가 등을 제시한 상태다.

GM 본사는 한국GM에 대한 재투자와 신차 배정 조건으로 정부의 지원과 노조의 비용 절감 합의를 내걸고 있다. 노조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면 사측의 경영 정상화 계획과 전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다. 물론 노사 협의 과정에서 노조의 기본급 인상 요구가 철회되거나 인상 폭이 작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노조와의 타협을 통한 인건비 등 고정비 감축"이라며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현재 노조가 인건비를 올려 달라고 요구할 경우 GM 본사의 한국GM에 대한 투자 계획은 물거품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임금 협상을 둘러싼 노조와 사측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한국GM노조는 13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사측이 내놓은 (임금 동결, 삭감, 폐지) 안은 사측의 주장일 뿐"이라며 "의미 없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 산업은행과의 합의서 공개, GM의 자구안 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댄 암만〈사진〉 GM 본사 총괄사장은 12일(미국 현지 시각) 로이터와 인터뷰를 갖고 "시간은 짧고 모두가 긴급히 움직여야 한다"며 "노조와 한국 정부가 신속하게 구조조정에 합의한다면 한국지엠은 지속 가능하고 유익한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조조정은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사업을 위한 모두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군산·통영 협력업체 금융 지원

한편 한국GM은 13일 인천시와 경상남도에 부평·창원 공장 일대를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공식 접수했다. 금융위원회는 군산 공장 폐쇄와 성동조선 법정관리로 타격을 받은 전라북도 군산과 경상남도 통영 일대의 협력 업체와 소상공인에 대해 금융 지원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