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기 안산 시화공단에 있는 한샘 3공장. 연간 부엌 가구 300만 세트를 만드는 한샘의 핵심 생산 거점이다. 각종 자재와 제품이 쌓인 야적장을 지나 공장 현관에 들어서자 55인치 화면에 '에지(모서리) 마감 불량', '도어 표면 얼룩' 같은 각종 지적 사항이 담당자 이름과 함께 5초 간격으로 나타났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올 초부터 시공 기사나 소비자가 지적한 내용을 작업자들이 알 수 있도록 공지하고 있다"며 "이 덕에 작년 10월과 비교해 불량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월부터 나오는 신제품은 도어 두께를 15㎜에서 18㎜로 강화하는 등 품질 개선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他社가 제품 만들 때, 우리는 공간에 집중"

한샘은 지난해 매출 2조625억원, 영업이익 1405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2013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지 4년 만이다. 최 회장은 한샘이 가구 업계 최초로 2조원 매출을 올린 비결로 '공간 개념'을 꼽았다. 그는 "다른 회사들이 싱크대를 팔 때, 한샘은 부엌이라는 공간을 꾸민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다"며 "1970년 창업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매장에 가구뿐 아니라 냉장고나 믹서기, 가스레인지 등을 같이 전시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매출액이 15억원에 불과하던 한샘에 1979년 입사해 1994년부터 CEO(최고경영자)를 맡아온 가구 업계의 산증인이다.

지난 12일 경기 안산 시화공단에 있는 한샘 3공장에서 최양하 회장이 도어 샘플을 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최 회장 뒤로 자동화 생산 라인에서 로봇들이 부엌 가구 자재를 포장하고 있다.

창호 등 건자재에서 가구·생활용품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군도 매출 2조원 달성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집에서 골조와 설비, 가전제품을 빼고 나면 전부 한샘이 공급하는 제품들"이라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이렇게 폭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회사는 없다"고 말했다. 부엌 가구로 시작한 한샘은 1998년 침대·소파 등 인테리어 가구로 품목을 확장한 데 이어 2000년 생활용품, 2007년 건자재로 사업을 확대했다. 최 회장은 "부엌은 물과 불(전기·가스)을 동시에 사용하는 공간인 데다 배관이나 전기 설비도 복잡해 제품 개발에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면서 "가장 어려운 부엌에서 시작해 인테리어 가구나 욕실, 건자재 등 인접 분야로 확장한 것도 성장의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신사업 리모델링으로 10조원 기업 성장 노려

한샘은 올 4월부터 리모델링 사업을 본격화하며 또 한 번 도약을 노린다. 최 회장은 "집을 살 때 모델하우스를 보고 사는 것처럼 앞으로 리모델링도 평형·스타일별로 꾸며진 샘플을 보고 소비자가 선택하는 시장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샘은 기존 매장들을 한샘이 공급하는 벽지, 창호, 가구들로 꾸민 모델하우스 매장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최 회장은 "리모델링에도 할부 계약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철저한 사후 관리 체계도 구축할 것"이라며 "상담부터 설계, 제품 공급, 시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오류 없이 정확하게 해낼 수 있는 곳은 40여 년간 노하우를 쌓은 한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최 회장은 이어 "회사가 10조원 매출을 달성할 때면 제가 (이 자리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3000억~3500억원 정도인 리모델링 매출이 5조원까지 늘어나면 10조원 매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해 20조원에 이르는 국내 리모델링 시장에서 25% 정도를 차지하고, 기존 사업들이 성장세를 이어가면 10조원 매출도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불거진 사내 성추행·성폭행 논란에 대해 "그동안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과 중심, 일 중심으로 가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앞으로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모든 기업 문화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작년 12월부터 육아휴직 기간을 2년으로 늘리고, 임신하면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줄이는 제도를 도입하며 여성이 다니기 좋은 회사로 만들고 있다"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한샘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