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카카오택시 승차거부 해법으로 이용 고객이 비용을 더 내는 방식을 도입한다. 승차거부를 피하려면 이용자에게 ‘웃돈'을 내라고 한 것이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옛 카카오택시)에서 웃돈을 주면 주변의 택시를 즉시 잡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다. 또 카풀 서비스로 택시 수요를 보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카카오T 유료 서비스 본격 가동…“수익 사업과 승차 거부 문제 동시에 해결”

카카오모빌리티는 13일 서울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에서 ‘2018 카카오모빌리티 미디어데이’를 열고 카카오T에 유료 서비스인 ‘즉시배차’와 ‘우선호출’ 기능을 추가하고 기업간거래(B2B) 서비스와 글로벌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주환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그간 추진해온 이동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성과 등을 설명하고 택시 호출 기능 강화, 택시와 카풀 연계, B2B 사업,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계획 등을 직접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의 유료 서비스와 택시-카풀 연계 서비스로 택시 수요 불균형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오선 카카오택시 서비스 시작 후 처음으로 유료 호출 시스템인 ‘우선 호출’과 ‘즉시 호출’ 기능을 도입한다. ‘우선 호출’은 카카오의 인공지능(AI)과 카카오가 그동안 축적해온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배차 성공 확률이 높은 택시에 우선적으로 호출 요청을 해준다. ‘즉시 배차’는 인근의 비어있는 택시를 즉시 배차해준다. 유료 호출 서비스 가격은 최소 2000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무료 호출 방식도 유지된다. 또 카카오T 택시에서 연결이 이뤄지지 않은 호출은 카풀로 연결해 수요 불균형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정주환 대표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정부, 지자체와 유료 호출 요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라며 “즉시 호출의 경우는 택시 기사가 콜을 거절할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현행 콜비인 2000원 이상의 요금이 책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승차거부 ‘웃돈’으로 해결해라?

카카오T의 유료 기능 추가에 대해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승객 입장에서는 요금과 별도로 ‘웃돈’을 내고 승차 거부를 피하라는 일종의 책임 전가로 해석될 수 있고, 이는 결국 택시요금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카카오의 이번 유료 기능 추가는 결국에는 승차 거부에 대한 해결책을 소비자에게 추가 요금을 내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다른 콜택시 업체에서도 같은 기능을 내세우면서 콜비를 올려 받을 경우 결국에는 택시비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카카오택시의 유료 기능은 불법일 수 있다는 논란도 예상된다. 현행 법은 택시 미터기 이외의 요금 징수를 금지하고 있다. 정주환 대표는 이에 대해서는 “택시요금과 무관하게 플랫폼 사용료를 받는 것이다”라며 “자체 법적 검토와 국토교통부 자문 결과 합법이란 의견을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존 무료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는 이용자는 배차를 받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역차별 우려에 대해서는 택시 기사 대상 포인트 제도 운용으로 문제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택시 기사의 무료·유료 콜에 대한 응답 횟수와 운행 실적, 운행 평가에 따라 환금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한다는 개념이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합법이라 해도 이번 카카오의 유료 서비스 추가는 대기업이라 할 수 있는 카카오가 법망을 피해 ‘꼼수’를 부린 것이다”라며 “업체들이 법망을 피해 택시 가격을 높이게 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 업계 빼고 진행된 카풀 논의…택시 업계 “카카오에 배신당한 기분”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택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풀 서비스로 택시 수요를 보완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카카오T 택시에서 연결이 이뤄지지 않은 호출을 카풀로 연결해 택시 부족분 상당 부분을 카풀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택시 업계와 카풀 업계 간 대화의 장을 만드는데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택시 업계는 카카오T의 유료 기능 추가와 더불어 카풀 서비스도 운용한다는 방침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서울 개인택시 연합 관계자는 “카카오에 배신당한 기분”이라며 “택시 업계 정보와 시스템으로 성장한 카카오T에 카풀 기능을 넣는다는 것은 택시 업계를 우롱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택시 업계에서는 택시 기사에게 차등적으로 포인트를 지급하면서 동기부여를 하겠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의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동료 기사들은 해당 기능으로 한달에 택시 기사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한달에 2만~3만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결국 카카오T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해 강제 배차를 시키는 등 택시 업계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로밖에는 안 보인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T 유료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업계와 대화를 나눴지만 카풀과 관련해서는 아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라며 “앞으로 택시 업계를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