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션·텔레콤 등 기존 주력사, 성장동력 찾기 고심

SK그룹이 2012년에 인수한 SK하이닉스(000660)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SK그룹 내에서 ‘하이닉스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SK그룹은 하이닉스의 기록적인 실적을 반기면서도 SK이노베이션(096770), SK텔레콤(017670)등 기존 주력 계열사의 정체된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하이닉스 비중이 커지면서 SK그룹의 성격도 정유·통신에서 정보통신·반도체로 바뀌는 모습이다.

14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SK하이닉스가 매출액 37조6094억원, 영업이익 17조677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에 매출액 30조1094억원, 영업이익 13조7213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4.9%, 28.8% 더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 공장.

최태원 회장이 맡고 있는 SK그룹 상장 계열사 중에서 증권사가 올해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기업은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096770), SK텔레콤(017670), SK(034730)㈜, 에스엠코어(007820), SK머티리얼즈, SKC(011790), SKC솔믹스, SK바이오랜드등 총 9개다.

이 중 지주회사인 SK㈜를 뺀 8개 회사의 올해 예상 총매출액은 111조2633억원, 예상 총 영업이익은 23조1620억원이다. 이는 작년과 비교하면 각각 13.6%, 22.8% 늘어난 수치다. 8개 회사의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이 30.7%, 영업이익 72.8%였는데, 올해는 이 비중이 각각 33.8%, 76.3%로 늘어날 전망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하이닉스의 비중이 올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하이닉스 자체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과 같은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정유·석유화학 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작년에 사상 최대인 3조23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전년과 비교하면 고작 0.2% 늘어나는데 불과했다. 작년에 1조53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SK텔레콤도 전년 대비 0.1% 성장하는데 그쳤다. SKC와 SK머티리얼즈 등은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20% 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00억원 안팎이어서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은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정유 부문의 비중을 줄이고 석유화학, 윤활유, 석유개발 등 비(非)정유 부문의 비중을 늘리려고 노력 중이다. 또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화학 업체 인수합병을 통해 화학 사업 비중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도 소비자와의 거래(B2C·Business to Consumer) 비중을 줄이고 기업 간 거래(B2B)를 늘리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통신사업은 정부 규제가 심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다른 기업과 협업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SK 관계자는 “B2C 사업은 규제가 많고 변동성이 심하다. SK텔레콤이 B2B 사업을 확대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라며 “수년간 실적이 정체된 회사들은 성장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