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증시 급락 때 연 2%를 훌쩍 넘었던 금융업종 대차이율이 3월 들어 다시 0%대로 떨어졌다. 대차이율은 주식을 빌릴 때 주식 원소유주에게 지급하는 이자율을 말한다.

대차이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투심이 약화됐다는 의미다. 금융주는 통상 급락장일 때 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즉 공매도 투자자들은 2월초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감으로 촉발된 급락장이 끝났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일 기준 금융보험업 대차비용지수는 0.8988%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만 해도 2%대였으나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일에는 한때 0.4%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 美 증시 급락 때 치솟았던 금융 대차비용…하향 안정화되며 ‘랠리’ 기대감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업종은 통상 제조업, 기타업종에 비해 대차비용이 저렴하다. 금융은 타 업종에 비해 실적 안정성이 높아 공매도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기준 제조업, 기타업종 대차이율은 2.8%가량을 기록했다. 금융업종이 2%포인트가량 싸다. 예탁원은 자세한 업종 및 기업 대차비용을 공개할 경우 기업 주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금융, 제조, 기타로만 대차비용을 공개하고 있다.

대체로 3개 업종 중 금융업종의 대차이율이 가장 낮지만 급격히 오를 때가 있다. 이는 대체로 지수 급락기의 초기 때다. 지수 급락 시 실적이 악화되는 증권업이 금융업에 포함된데다, 다른 금융회사들도 지수 급락으로 보유자산(주식)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미국 증시 급락 때 금융업 대차비용은 제조업, 기타업종 대차비용과 유사한 수준까지 올랐고, 지난해 7월 말 북한 미사일 발사에다 법인세 인상 및 양도세 강화를 담은 세법 개정안 발표로 단기 급락했을 때도 금융주 대차비용이 일시적으로 제조업, 기타업종 대차비용을 앞섰다.

예탁원 한 관계자는 “대차비용 추이를 보면 금융업이 거의 항상 제일 낮다”고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수가 빠질 때 금융업 공매도가 심화되곤 한다”면서 “금융업 대차비용이 낮은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3월 이후 금융업 대차비용이 하향 안정화됨에 따라 2월 초 급락기를 딛고 다시 랠리를 펼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온다. 지난해 말 이후 지난 1월 29일 지수가 고점(2600선)을 찍을 때도 금융업종 대차비용은 0.5% 안팎에서 안정화된 바 있다.

◇ 공매도 안정 상태…바이오·교육 등 일부 종목은 과열

현재 대차규모에 비해 공매도는 안정화돼 있다. 연초 이후 대차규모가 꾸준히 늘면서 12일 기준 74조9982억원까지 증가했지만, 이 가운데 실제 공매도로 이어진 물량은 많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362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거래대금(6조5710억원)의 5.5% 수준에 그친 것이다.

하지만 개별종목 중 공매도가 집중되는 종목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2월 이후 대차비용 순위 상위권을 계속 지키고 있는 셀트리온(068270), 셀트리온헬스케어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3월 들어서는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펄어비스, 넷마블 등도 대차규모 혹은 대차비용 상승 종목으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메가스터디(072870), 비상교육(100220), 3S 등은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