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하나금융 경영진, 최흥식 원장 채용비리 의혹 제보 미리 알았을 것”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하나은행 경영진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채용비리 관련 제보를 사전에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원장의 사퇴까지 불러온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검사 인력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최대한 확실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흥식 원장 관련 채용비리 의혹 보도 내용을 보면 하나은행 내부자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그렇다면 하나은행의 경영진도 이런 것이 제보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최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3연임을 앞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하나은행 채용비리, 물리적 제한 없이 철저히 조사"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 위원장은 최 원장 사임에 대해 “본인이 잘못을 시인해 책임지고 떠난 것이 아니라 제기된 사안이 공정하게 조사되도록, 걸림돌이 되면 안 되겠다는 뜻이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만큼 (하나은행 채용비리를) 더욱 철저하게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검사 인력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최대한 확실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최 원장과 관련한 2013년도 당시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검사단을 꾸려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3주간의 일정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검사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검사 대상 기간 역시 2013년이지만 필요에 따라 확대될 수 있다.특별검사단은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금감원에 별도 보고 없이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이날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는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채용비리 조사를 엄정히 실시하라는 국회의원들의 요구도 줄을 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하나금융의 경우 채용비리 백화점"이라며 "앞서 하나은행 채용비리가 드러났을 때도 이들은 거짓말로 일관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원장이 관행이었다고 했던 2013년에는 지금의 김정태 회장이 회장으로 있을 때였다"며 "김정태 회장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최흥식 원장의 사임은)김정태 회장이 본인의 3연임을 위해 금융당국을 공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금융위원장이 중심을 잡고 채용비리 등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 금감원 특별검사단 조사 착수...김정태 회장 겨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하나은행 채용비리 조사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말부터 금융지주사 회장의 이른바 ‘셀프연임'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김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해왔다. 급기야 금감원은 올해 1월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회장 선임 일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회장추천위원회는 결국 김 회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김 회장은 이달 23일 3연임을 위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최 원장 사퇴를 계기로 김 회장을 다시 정조준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특별검사단의 채용비리 조사 대상 기간은 2013년으로 김 회장이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지 1년째 되는 해다. 조사기간이 확대되면 사실상 김 회장 재임기간의 채용 과정을 전부 조사하게 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은행권 채용비리를 조사해 하나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에서 22개의 채용비리 의심사례를 적발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번주 중 최고경영자(CEO)의 권한을 줄이는 대신 이사회 권한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금융사 지배구조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 CEO는 주주의 대리인임에도 불구하고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건강한 금융사의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