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케이티앤지(KT&G) 사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주주총회가 이번주 금요일로 다가왔다. 최대주주 국민연금과 2대주주 기업은행이 백 사장 연임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50% 이상의 주식을 보유중인 외국계 주주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관심사다. 의결권 자문사간 의견도 갈리고 있어 주총 ‘표대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T&G는 16일 오전 10시 대전 본사에서 백 사장의 3년 연임과 추가 사외이사 선임 등을 주요 안건으로 한 주주총회를 연다.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을 두고 주요 주주와 의결권 자문사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최대주주 국민연금(9.09%)과 2대 주주 기업은행(6.93%) 측은 백 사장이 KT&G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셀프 연임’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백 사장이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감원 조사를 받고 있어 연임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백 사장 해임과 함께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사외이사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KT&G와 백 사장 연임 찬성파는 최대주주가 정부(55.8%)인 기업은행이 ‘관치’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정부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는 기업은행이 사장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민간기업 인사불개입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백 사장이 연임하려면 출석 주주 지분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이 비율이 발행주식총수 4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 국민연금과 기업은행이 KT&G 지분 16.02%를 보유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53.18%로 과반수를 넘고 개인 등 기타 지분도 30%가량에 달한다. 이들 주주의 선택에 따라 백 사장 연임 여부가 판가름나는 셈이다.

외국계 투자자와 개인 주주 의결권 행사에 조언을 줄 의결권 자문사의 입장도 갈리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백 사장 연임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사장 선정 공모 과정에서 딱히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 의혹도 아직 특정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과 기업은행을 통한 '관치' 우려도 백 사장 연임 찬성의 주요 근거다.

반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는 백 사장 연임 절차에 문제가 있으며, 트리삭티 인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경영 공백으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연임 반대를 권고했다.

외국계 주주의 의결권 대리행사 신청은 지난 9일 마감됐다. 외국계 주주가 보유한 KT&G 주식 7306만주 중 60.2%인 4398만주가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대리행사 위임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KT&G 총 주식수의 32%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들 외국계 주주가 안건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보였는지는 주주총회 전까지 확인할 길이 없다. 통상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하는 외국계 주주들은 주가 추이와 배당성향에 민감하지만, KT&G의 경우 백 사장 취임 후 주가가 하락한 대신 배당이 늘어나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한다.

백 사장이 취임한 2015년 10월 7일 이후 KT&G의 주가는 12일 종가(9만8600원) 기준 9.5% 하락했다. 이를 의식한 백 사장은 배당을 늘리는 전략을 취했다. 지난해 KT&G의 순이익은 1조1642억원으로 2016년보다 5% 줄었지만 배당은 주당 3700원에서 4000원으로 11.1% 늘렸다. 배당은 순이익을 기반으로 정해지는데, 이익이 줄었는데도 배당은 늘린 것이다.

오는 16일 주주총회에서의 표대결 전까진 백 사장의 연임에 대해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KT&G 내부에서도 주총 향방에 관해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안다”며 “백 사장 연임 찬성과 반대 의견이 매우 근소한 차이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