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정민(39)씨는 지난달부터 회사 근처 피트니스센터(헬스장)에서 한 번에 6만원을 내고 전문 강사에게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고 있다. 작년 말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등의 질환이 발견돼 술자리를 줄이고 운동 시간을 늘리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PT를 받으면 한 달에 20만원이 넘게 들지만,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술자리를 줄이면 그만큼 지출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직장인 김효섭(38)씨 역시 최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하루 걸음 수를 측정한다. 그는 "운동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출퇴근 시간만큼이라도 많이 걸어 하루 1만보 이상 꾸준히 걷고 있다"고 했다.

'건강이 곧 자산' 스포츠센터는 늘고, 술집은 줄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관련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헬스장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 시설 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술집은 줄어들고 있다. 11일 국세청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9월 기준) 전국 스포츠 시설은 5123개로 3년 전인 2014년 대비 140% 급증했다. 스포츠 시설은 탁구장, 배드민턴장, 승마 연습장 등의 체육 관련 시설이다. 같은 기간 헬스장은 4596개에서 6496개로 41% 늘었다. 건강뿐 아니라 피부 관리처럼 자기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피부 관리 업소는 2014년 1만7539개에서 지난해 2만7849개로 59% 증가했다.

반면 주점 수는 꾸준히 감소세다. 2014년 4만1796개던 호프집은 지난해 3만7543개로 10% 줄었다. 간이주점도 1만9849개에서 1만6733개로 16%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식 등 술자리 자체가 줄어든 데다 젊은 층으로 갈수록 건강을 생각해 술을 적게 마시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건강관리와 관련된 업종이 호황을 누리는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2년 3000개 수준이던 영국의 민간 체육관이 지난해 4000개를 돌파하는 등 '덤벨경제(Dumbbell economy)'가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덤벨은 무게 조정이 가능한 아령의 일종으로, 덤벨경제는 건강ㆍ체력 관리를 위한 지출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헬스장 시장 규모는 2010년 709억3000만달러(약 76조원) 규모였으나, 2016년엔 831억5000만달러(약 89조원)로 6년간 17% 성장했다.

건강관리 부대 산업도 등장

운동 시설뿐 아니라 건강관리를 돕는 스마트폰 앱 등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걸음 수를 측정해줘 운동량을 살펴보던 수준에서 최근에는 '식이 다이어리'를 통해 체중 조절을 돕고, 혈압ㆍ혈당 기록 등을 통해 건강관리 기능까지 제공하는 앱도 등장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업 핸디소프트는 지난달 스페인에서 개최된 '2018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피트니스 서비스 앱 '레이스 메이커(RACE MAKER)'를 선보였다. 이 앱은 심박 수ㆍ운동량 등 정확한 생체 데이터 측정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운동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통계를 제공한다. 지난해엔 '생체 지수 측정기'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 기술이 도입되면 이용자는 가정에서 심장 박동 수를 비롯해 다양한 생체 지수를 측정하고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종합해 질병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접어들며 건강ㆍ자기 관리 등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기술 발달로 병원에 가지 않고도 건강을 살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