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포함된 이유가 환적(換積) 수출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밝혔다.

환적 수출은 화물을 다른 국적 배로 옮겨 싣는 수출을 뜻한다. 즉 미국은 한국이 중국산 철강을 대량 수입해 거의 그대로 자국에 팔고 있다고 보고, 25%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했다는 설명이었다.

김 본부장은 로스 장관에게 "환적 수출을 한다는 것은 오해이며, 대미 수출 철강 가운데 중국산을 이용해 재가공한 철강의 비중도 2.4%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중국 철강을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작년 한국은 중국산 철강 1150만t(1위)을 수입했다. 미국이 수입한 중국 철강은 이의 8.5%인 98만t이다. 또 한국은 미국에 철강을 많이 수출한 나라 중 3위다. 미국은 이 두 가지 사실을 조합해 한국이 값싼 중국산 철강을 미국에 환적 수출하는 '우회 수출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철강 제품 중 중국 철강을 가공한 비중은 2.4%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비중은 2014년 5.8%에서 매년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4년 500만t이었으나 해마다 감소해 지난해엔 340만t을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의 철강 과잉 생산 설비도 자국 철강산업 등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본다"며 "그동안 반덤핑 등 무역 규제로 중국의 대미 철강 수출을 줄여놨지만 과잉 생산된 중국 철강이 한국 등을 거쳐 여전히 자국에 유입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철강제품 생산 설비도 줄인 상태다. 2013~2016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체의 철강 생산 설비는 9510만t 증설된 반면, 한국은 390만t 감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