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한국GM 희망퇴직 접수 현황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하면서 한국GM 비용 축소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9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엥글 사장은 지난 8일 정부와 벌인 실무협의에서 "최근 한국GM 희망퇴직 접수 규모가 예상보다 많았다"며 "한국GM의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배리 엥글(오른쪽) GM 총괄 부사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각 정당의 한국GM 대책 TF 관계자와 면담하기 전에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엥글 사장은 또 한국GM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 등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라며 향후 임금 관련 고정비용 축소를 예상치 수준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희망퇴직은 GM이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실시한 첫 구조조정이다.

희망퇴직 규모는 당초 군산공장 인력 1500여명 수준에서 예상됐으나 기타 지역 근로자를 포함해 총 2500여명에 달했다. 한국GM은 2500여명 대부분에 대해 희망퇴직 확정통보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이번 희망퇴직으로 약 5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엥글 사장은 희망퇴직 비용을 전액 본사와 한국GM이 부담할 것이란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GM이 한국GM 지분 17.02%를 보유한 2대주주 산업은행에 지분율대로 희망퇴직 비용을 부담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가 나온 바 있다.

엥글 사장은 정부와 산은에 한국GM 실사를 조속히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GM은 지난달 정부와 산은에 3조원 규모의 신규자금 투자(신차배정 포함)와 기존 차입금 3조원의 출자전환을 제안했다. 대신 지분율에 맞게 산업은행도 약 7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우선 한국GM에 대한 면밀한 실사를 통해 부실원인과 향후 정상화 가능성을 파악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산은은 한국GM 실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GM이 요청 자료 중 일부에 대해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엥글 사장은 산은이 요구한 자료에 대해 대체로 타당성을 인정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엥글 사장은 또 한국GM에 대한 투자계획과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요청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GM과의 실무협상 이후 “이전보다는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GM이 제시한 투자 계획이 실제로 이뤄질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GM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신차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차배정 이후에도 철수를 강행한 인도 사례를 들어 확약서 등 일종의 문서를 통해 담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GM이 최근 실행에 옮긴 계획은 군산공장 폐쇄, 희망퇴직 접수뿐으로, 이것만 보면 한국GM의 단계적 철수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며 “물론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의 단계가 필요하지만 구조조정만 진행하고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