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울산 본사에 51.5MWh 규모의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센터를 구축했다. 산업용 ESS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며, 1만5000명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보관할 수 있다.

지상 2층, 연 면적 1180㎡(360평) 규모의 센터는 에너지솔루션 기업 현대일렉트릭이 설계·건설을 맡았다. 현대중공업은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도 구축해 에너지를 통제·관리·분석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ESS와 FEMS로 피크시간대 전기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연간 100억원 이상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중공업, OCI(456040), 고려아연(010130)등 전기사용이 많은 기업들이 ESS, 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해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ESS는 요금이 저렴한 심야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저장장치다. 올 하반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센터에서 공장 내 에너지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 OCI “글로벌 경쟁 위해 전기료 절감 필수”

OCI는 태양전지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전북 군산 공장에 200억원을 들여, 올 6월까지 51MWh 규모의 산업용 ESS를 설치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폴리실리콘 제조원가의 30%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절감해 원가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우현 OCI 사장은 “저렴한 전기를 사용하는 글로벌 폴리실리콘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전기료 절감은 생존을 위한 필수”라며 “ESS 설치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정책에 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군산 공장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의 값싼 전기료를 사용하고 있다.

OCI는 ESS 설치로 정부의 전기요금 특례를 받으면 2021년까지 연간 약 70억원의 비용을 절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례가 사라진다해도 연간 10억원 이상의 전기료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7월 현대일렉트릭과 울산시 울주군 제련공장에 150MWh 규모의 ESS를 구축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500억원짜리 에너지효율화 설비구축 사업이다. 고려아연은 ESS로 절약되는 전기요금을 통해 3년 이내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일렉트릭은 ESS에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는 머신러닝(기계 학습) 기능 등 최신 ICT를 접목한다.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에 설치된 ESS 연계 태양광 발전소.

◇ LS산전, ESS·빅데이터 기술로 전기료 줄여

LS산전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양 R&D 캠퍼스에 구축된 ESS,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 스마트에너지 솔루션과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기술로 19%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LS산전은 자체 개발한 1MW급 ESS로 약 5000만원의 전기요금을 줄였다. 이와 함께 피크예측 및 관리, 전력 소비 패턴 분석 등을 통해 추가로 7000만원을 절감했다. R&D 캠퍼스에선 센서가 사용자 위치를 파악해 냉난방과 조명을 자동 제어한다.

LS산전은 지난해 9월 부산사업장에 공장지붕형 메가와트급 ESS 연계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ESS 2.7MWh, 태양광 910kW 규모다. 연간 1140MWh의 전기를 생산, 한전에 판매해 3억3000만원 수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경남 창원 본사 건물 옥상 등에 300kW 태양광 발전 설비와 1MWh 규모 ESS를 연계한 발전소를 준공했다고 지난해 8월 밝혔다. 두산중공업이 발전소 설계, 기자재 설치, 시운전 등의 과정을 일괄 수행했으며 운영·유지보수도 직접 담당한다. ESS에는 두산중공업이 미국 원에너지시스템즈를 인수해 설립한 두산그리드텍의 제어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적용했다.

두산중공업이 생산한 전기는 전량 한전에 판매한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천 공장과 ㈜두산(000150)전자BG 익산 공장 등에도 태양광 발전과 ESS를 연계한 발전소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