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도 이천의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센터. 세 개의 바퀴가 달린 흰색 로봇이 '윙' 소리를 내며 빙판 위를 서서히 움직이더니 스톤(컬링에서 투구하는 돌)을 앞으로 미끄러뜨렸다. 로봇이 던진 스톤이 하우스(표적판) 안에 있던 상대편 스톤 1개를 바깥으로 쳐내자 경기장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행사는 인공지능(AI) 컬링 로봇 '컬리(Curly)'가 사람을 상대로 가진 첫 공식 경기였다. 컬리는 고려대와 울산과학기술원·대구경북과학기술원·엔티로봇 등 국내 8개 연구기관·중소기업 컨소시엄이 공동 개발했다. 아직 스위핑(비질)을 하는 로봇은 개발되지 않아 작전을 짜는 스킵(주장)과 스톤을 던지는 투구 로봇 등 총 2대의 로봇이 춘천기계공고 선수 3명과 2엔드(End·야구의 이닝과 비슷한 개념) 경기를 가졌다. 1엔드는 춘천기계공고팀만 스위핑을 했고, 2엔드에는 양팀 모두 스위핑을 하지 않았다.

8일 경기 이천의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센터에서 열린 ‘인간-로봇 컬링 대결’에서 인공지능(AI) 로봇 ‘컬리(Curly)’가 춘천기계공고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톤(컬링에서 투구하는 돌)을 밀어 보내고 있다.

컬리는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Alpha Go)처럼 빅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심층학습)으로 컬링 기술을 터득했다. 작년 4월부터 지난 3년간 1321번의 국제 경기에서 나온 16만샷의 투구 기록지를 학습하며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스킵 로봇이 머리 부분에 있는 2대의 카메라로 스톤 위치를 확인하고 반대편에 있는 투구 로봇에 작전을 지시한다. 이 때문에 투구를 할 때마다 소요되는 시간이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었다.

컬리는 현재 고등부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하는 수준이다. 컬리는 스톤을 던지는 드로(draw)와 상대팀 스톤을 밖으로 쳐내는 테이크아웃(take-out)의 정확도가 각각 65%, 80%이다. 통상 대표팀 선수의 샷 성공률은 85% 이상이다.

이날 컬리는 상대 스톤을 밀어내는 뛰어난 샷을 여러 차례 보였다. 하지만 스톤이 많이 깔리는 후반으로 갈수록 엉뚱한 곳으로 샷을 보내거나 정해진 선을 넘어 투구하는 실수도 자주 보였다. 본 경기는 컬리가 0대3으로 패했다. 앞서 비공식으로 열린 연습 경기에서는 컬리가 1대0으로 이겼다. 로봇과 처음 경기를 가진 선수들은 "로봇이 던지는 샷의 종류가 다양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컬리 개발을 주도한 설상훈 고려대 교수(전기전자전파공학부)는 "정해진 지점에 수를 두는 바둑과 달리 컬링은 스톤 간 충돌과 빙질 변화 등 여러 변수가 많기 때문에 알파고와 컬리의 우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로봇끼리 신호를 주고받으며 움직이는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면 공장 내 산업로봇의 동선(動線)을 조정하고 자율주행차의 사고 발생 확률을 낮추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