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건. 한국 게임사가 중국에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따낸 판호(版號·게임 서비스 허가권) 수다. 반면 중국 퍼블리셔가 구글 플레이를 통해 국내에 유통해 수익순위 100위 안에 든 게임만 19건이다. 한국 퍼블리셔가 중국 게임을 들여온 경우를 제외한 수다.

지난해 2월 마지막으로 중국 판호를 획득한 게임은 스마일게이트가 퍼블리싱한 ‘크로스파이어:창전왕자’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출시한 국내 주요 모바일 게임과 PC 게임 대부분은 중국에서 판호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 판호를 받기위해 대기중인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왼쪽)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대표적인 사례가 넷마블게임즈효자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이다. 2016년 12월 출시해 지난해만 해외와 국내 모두 합쳐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중국을 제외한 일본, 북미, 동남아시아에 정식 출시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텐센트와 손잡은 넷마블게임즈는 지난해부터 판호를 기다리고 있다.

넷마블게임즈 관계자는 “판호가 나오는대로 바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외에는 별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게임 안정성 등을 높이면서 판호 획득 직후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엔씨소프트(036570)도 마찬가지다.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만든 ‘리니지 레드나이츠’ 출시를 준비중이었지만 판호를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은 판호 신청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출시 후 1년도 안돼 1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 게임이다. 대만에만 출시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사실상 판호 획득이 어려워져 리니지M은 중국 진출을 유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니지 원작 자체가 중국보다 대만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중국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넷마블게임즈처럼 당장 출시를 준비하진 않고 있다.

국내 대형 게임사 중 가장 여유를 가진 곳이 넥슨이다. 넥슨은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지기 직전인 2월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2D 버전)과 PC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2에 대한 판호를 따냈다. 아직 서비스를 시작하진 않았다.

게임 업계에서는 “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표면상으로 보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신고해야할 정도로 불공정한 것 같지만 명확하게 증거를 찾아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다”며 “게임의 폭력성이나 선정성 등을 이유로 판호를 보류하면 중국 대형 퍼블리싱 회사라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 관계가 좋아지고 판호 문제도 저절로 해결되길 기다릴 수 밖에 없다”며 “시장도 크고 중요해서 사실상 한국 게임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눈치 보며 기다리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대만이나 홍콩처럼 중국 범위로 볼 수 있는 지역에 서비스를 하면서 중국 사용자가 간접적으로라도 게임을 접하게 하거나 스팀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중국 내 정식 서비스 전까지 사용자와 접촉 범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