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 법정관리 후 사실상 청산 가능성 커
STX조선, 인력 40%이상 감축해야...4월9일까지 노사확약서 없으면 법정관리

성동조선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됐다. 정부와 국책은행(채권단)은 성동조선에 신규자금 투입 없이 독자생존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에 돌입해 부채탕감 후 자산매각 절차를 진행한 뒤 사업변경, 인수합병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마저도 결과가 미진하면 청산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은 한 달 안에 독자생존이 가능한 수준의 자구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만약 자구안 수준이 미미할 경우 STX조선 역시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STX조선은 성동조선과 달리 내년 3분기까지 신규자금 투입 없이 버틸 정도의 수주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8일 정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견조선소 처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두 조선소 모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내 조선업 생태계 붕괴가 우려된다”며 “일단 STX조선의 경우 한 달 안에 자구안 이행에 따른 노사 확약서를 제출하게 되면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은성수 수은 행장은 “성동조선은 은행 관리 하에 정상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며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도 더 나은 방도”라고 말했다.

◇ 8년간 연명한 성동조선, 결국 법정관리

경남 통영 성동조선 조선소 도크에서 한 근로자가 건조 중인 배를 보고 있다.

두 조선소의 운명을 가른 것은 수주잔량이었다. 수주물량이 남아 신규자금 투입 없이 당분간 연명할 수 있는 STX조선은 구조조정을, 수주물량이 없어 하루 지날 때마다 적자 폭이 커지는 성동조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성동조선의 경우 현재 계약된 선박 물량이 5척 있지만, 현재 설계단계이며 실제 제작에 들어가지 않아 선수금 등 실제 건조자금은 투입되지 않았다. 선주와의 계약을 지금 취소해도 금전적 피해가 사실상 없다.

성동조선은 지난 8년간 수은 관리 아래 국민혈세로 연명해왔다. 지난 2015년 대우조선 사태 이후 조선소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될 시기에도 수은은 성동을 법정관리에 보내지 않고 신규자금 4000억원을 들이부었다.

그럼에도 성동조선은 수주가뭄을 이기지 못했고 4000억원의 신규자금은 금세 바닥났다. 수은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조선, STX조선 등과 합병을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조선소 각자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든 상황에 합병한다고 한들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8년간 수은 관리하에 국민혈세를 받으며 연명해 왔던 성동조선은 결국 청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수은은 성동조선을 일단 법정관리에 보내 상거래·금융채무 등 자금유출을 동결하고 지출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후 자산매각 등을 추진하며 사업전환, 인수합병을 시도하게 된다. 다만, 경쟁력을 잃어버린 성동조선이 법정관리 후 회생할 가능성은 적다. 결국 성동조선의 법정관리 돌입은 청산까지 가기 위한 연착륙 과정으로 풀이된다.

은 행장은 “성동조선이 법정관리 후 살아날 수 있다고 현재 단계에서 확언할 수 없다”며 “법정관리 신청도 회사가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조만간 신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STX조선…수주잔량 남아 법정관리 피했지만, 장기생존 미지수

경상남도 진해에 위치한 STX조선해양 조선소.

산은은 일단 STX조선은 16척의 수주잔량을 바탕으로 신규자금 없이 당분간 독자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완전자본감식 상태였던 STX조선의 재무상태는 지난해 7월 법정관리 졸업 후 개선돼 부채비율이 76%로 떨어졌다. 2월 말 기준 1475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다만 산은은 한 달 안에 노사가 강도 높은 자구안 이행 확약서를 체결하지 못하면 STX조선도 법정관리에 넣겠다는 입장이다. 자구안은 기존 인력대비 40% 이상 감축, 자산매각 및 유동성 부담 자체 해소, LNG·LPG 고부가가치 가스선 수주로 사업 재편 등이 포함됐다.

산은은 STX조선 노사가 확약서를 체결할 경우 수주 가이드라인에 따른 선수금환급보증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동걸 회장은 “수주 상황이 많이 호전되고 있고 STX의 기술력도 나쁘지 않은 편으로 향후 전망이 그리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장기생존을 위해서는 노사 확약서가 필요하며 오는 4월 9일까지 이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 돌입이 불가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