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며 건설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도시정비사업 수주 목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건설사들은 그동안 수익성이 낮다고 평가했던 서울 재건축 단지나 지방 대도시 정비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먹거리가 줄어들면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재건축 단지에서 수주 경쟁을 자제하던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공격적인 수주전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전 진단을 이미 통과해 바로 시공사를 선정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단지일수록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일대 단독주택 재건축 추진 지역.

수주 경쟁 과열 조짐이 보이는 이유는 안전 진단 강화 등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신규 발주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앞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줄어들며 수주 먹거리가 감소할 것이란 불안한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대치쌍용2차 재건축 조합이 개최한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는 총 12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지난해 말 시공사 입찰에 대우건설만 참여하며 유찰된 곳인데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입찰 조건이 전과 같았지만, 이번 현장설명회에는 대우건설을 포함해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등 대형사는 물론 한양, 효성, 동부건설 등 중견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대치쌍용2차 조합은 다음달 30일 입찰을 마감한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 사이에서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설명회는 가급적 다 참여하고 사업성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가 생겼다”면서 “서울 강남권은 물론 수도권, 지방 대도시 등 겹치는 전략 지역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도시정비사업팀의 한 관계자는 “입지적 우수성과 수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치쌍용2차 입찰에 참여할 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영등포구 신길10구역 재건축 현장설명회에도 15개 업체가 몰렸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사에 한신공영, 태영건설, 한양, 반도건설, 삼호 등 중견업체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 곳은 신탁방식을 도입해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곳으로, 한국토지신탁이 사업시행자다. 다음달 4일 입찰 마감이다.

한양의 한 관계자는 “양질의 사업성을 갖춘 곳이라고 판단돼 건설사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면서 “서울 수도권 재건축 단지는 비교적 안전한 사업이라는 점을 볼 때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재건축 사업에도 건설사들이 몰렸다. 지난달 22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위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 쌍용건설, 한양, 금성백조 등 12개 업체가 참석했다.

문정동 136번지는 앞서 세 차례 경쟁 입찰과 한 차례 수의계약이 무산된 곳이다. 각각 대림산업과 GS건설 컨소시엄, 현대엔지니어링이 입찰했었다. 이번 입찰 마감일은 다음달 16일이다.

대림산업 도시정비사업팀의 한 관계자는 “문정동 136번지 입찰에 이번에도 참여할 계획”이라면서 “강남권 뿐만 아니라 노량진과 한남 옛 뉴타운 재개발 수주전에도 공을 들이고 있으며 부산과 대구 등 5대 광역시에도 전략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세 번째 입찰에 나선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도 건설사 8곳이 참여했다. 앞서 두차례 입찰에는 현대산업개발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된 곳이다. 이번에는 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 대우건설 등도 참여 여부를 저울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주공 1단지 3주구는 다음달 9일 입찰을 마감한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각종 규제 등으로 재건축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조합의 의지가 강해진 것도 사업 참여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건설사간 먹거리 쟁탈전이 한층 가열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