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사는 50대 A씨는 올해 1월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고급 아파트를 한 채 샀다. 마트, 쇼핑몰, 영화관 등 각종 편의시설을 모두 갖춘 초대형 단지다. 약 70㎡(21평) 크기의 집값은 2억원을 넘는다. 지난해 10월에는 부동산 투자를 알아보기 위해 현지답사도 다녀왔다. A씨는 "한 달 1000달러(약 108만원) 정도 받고 월세를 놓을 것"이라며 "월세는 이자가 연 6~7%쯤 되는 베트남 은행에 넣어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성장세에 부동산 투자 열기

최근 A씨처럼 베트남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재테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관련 투자법을 묻는 글이 하루에만 수십 개씩 올라온다. 은행·증권사의 고액 자산가 대상 영업점에는 베트남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큰손'들의 문의가 많다. 이들을 위해 베트남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모(私募)펀드도 운용되고 있다. 서울 도곡동에 있는 'NH투자증권 골드넛WM센터' 김진여 센터장은 "문의하는 분들은 대부분 금융자산만 10억원이 넘는 50~60대 자산가들"이라고 말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두 차례 '베트남 투자 여행' 상품을 만들어 완판했다. 올해도 이 상품을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베트남 호찌민 시내 전경. 건설 중인 아파트가 현재 베트남에서 가격이 가장 비싼‘골든리버(Golden River)’다. 29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인 이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1800만원 정도다.

국내에서 베트남 부동산 투자가 열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부터다. 베트남은 2015년 7월 외국인에게 부동산 매입을 처음으로 허용했다. 기존 주택을 제외하고, 신규 및 분양 주택에 한해 공급 물량의 30%까지 외국인이 살 수 있게 해줬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부동산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외국인은 50년간의 '사용권'을 가지며, 한 차례 연장(50년)이 가능하다. 토지와 상가는 원칙적으로 매입할 수 없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CBRE에 따르면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와 최대 상업 도시인 호찌민에는 2015~2017년 14만 가구 넘는 아파트가 공급됐다. 호찌민 부동산 업체 'VI프로퍼티JSC' 고광수 부사장은 "작년 기준 베트남의 도시화율은 37.5%인데 인도네시아, 태국 등 주변 동남아 국가보다 낮은 편이어서 성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대 수익 노린 장기 투자

베트남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팀을 꾸려 현지답사를 떠난다. 적게는 2~3명에서 많게는 7~8명 정도다. 현지 부동산 업체는 이들을 인솔해 인기 분양 매물을 소개해준다. 주요 투자처는 호찌민과 하노이다. 분양은 부동산 업체들이 대행하며 대부분 선착순으로 이뤄진다. 간혹 추첨식인 곳도 있다. 가격은 호찌민과 하노이의 입지 좋은 고급 아파트를 기준으로 평당 1200만~1300만원 정도다. 비싼 곳은 평당 2000만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분양 대금은 국내 은행에서 해외 부동산 취득 신고를 하고, 미국 달러화를 베트남 현지 시행사 계좌로 납부하면 된다. 베트남도 우리나라처럼 20~30평대 중소형 아파트가 인기가 많다. 일부 고액 자산가는 한 번에 10~20채를 사기도 한다. 외국인 간 분양권 전매도 활발하다. 현지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한국에서 일주일에 5~6팀은 온다"며 "서울 강남에 사는 분이 많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매매 차익을 노린다. 베트남이 동남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 과거 중국처럼 부동산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5~10년 이상 보유하는 장기 투자인 셈이다. 매도 시점을 기다리며 투자자들은 월세 수익을 올린다. 20평대는 월 1000달러(약 108만원), 30평대는 월 1200~ 1300달러(약 130만~140만원) 정도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와 관리 대행 비용, 세금 등을 제외한 평균 수익률은 연 6% 안팎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보통 월세를 현지 은행에 넣어둔다. 적금 이자가 연 6~7%에 달해 국내보다 2~3배 정도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베트남 투자가 각광받고 있지만 '묻지 마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어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호찌민 탄도부동산 김효성 대표는 "아파트 건설사가 부도가 나서 돈을 날리거나 자격증 없는 업체가 계약을 진행해 법률상 문제가 되기도 한다"며 "현지 브로커가 투자를 도와주겠다며 접근해 돈만 받고 잠수를 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