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은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를 무기로 계열사뿐 아니라 국경과 업종의 '문턱'을 없애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사용이 가능한 포인트 제도,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KEB하나은행의 핀테크 인프라 공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다양한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발판으로 삼아 금융과 산업이 융합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작년 말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미래금융R&D(연구·개발) 본부, 미래금융전략부, 글로벌 디지털센터, 디지털금융사업단, 디지털마케팅부, 기업디지털사업부, 빅데이터구축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KEB하나은행은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금융에 적극 접목하고 있다. 사진은 함영주(사진 왼쪽) KEB하나은행장이 서울 을지로 신축 본점에 위치한 ‘2018 평창올림픽·패럴림픽 하우스’에서 VR을 이용한 봅슬레이 체험 현장을 지켜보는 모습.

◇혁신적이고 개방적인 포인트 제도 'GLN'

KEB하나은행이 추진 중인 국경 없는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Global Loyalty Network)'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KEB하나은행 등 금융사뿐 아니라 유통사, 포인트 사업자의 포인트·마일리지를 전 세계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게 연결하는 사업이다. 현재 10여 개국 30여 개 업체가 참여 중이다. 이 사업이 확산되면 한국에서 모은 포인트를 미국의 친구에게 달러로 송금하고, 항공사 마일리지로 태국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 비자·마스터 등 국제망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결제를 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GLN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포인트·마일리지를 해외 어느 곳에서나 쓸 수 있게 만드는 '금융 로밍 서비스'"라며 "글로벌 로밍 서비스를 신청하면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했다.

국내 멤버십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멤버십 프로그램인 '하나멤버스'는 회원 1200만여 명, 제휴처 30개, 가맹점 3만여 개를 보유한 대형 네트워크다. 특히 소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하나금융 계열사뿐 아니라 타사의 포인트와도 교환이 가능하도록 '개방형'으로 운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하나금융의 서비스를 이용해서 쌓은 포인트 '하나머니'를 OK캐쉬백 포인트, SSG MONEY, CJ ONE포인트, PAYCO포인트 등 다양한 포인트와 교환할 수 있다.

◇은행 인프라 개방해 융합형 생태계 조성

KEB하나은행은 강화한 핀테크 역량을 다양한 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오픈 플랫폼'은 다양한 기업이 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활용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오픈 API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는 기업이 쉽게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프로그램이다. 오픈 API는 누구나 API를 쓸 수 있도록 개방했다는 뜻이다.

'오픈 플랫폼'의 1호 작품은 '유학생등록금 수납 서비스'다. 한국에서 유학하는 중국인 대학생이 학교 등록금을 위안화로 결제(납부 시점의 환율 적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중국에서 위안화를 달러로 환전해 한국으로 송금한 후, 원화로 재환전해 등록금을 냈다.

KEB하나은행은 앞으로 오픈 플랫폼을 사이버 환전, 1Q오토론, 금융정보조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산업과 금융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연계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소상공인과 일자리 창출 기업에는 맞춤형 금융 지원

KEB하나은행은 고용 창출 기업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심각한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금융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고충, 일자리 창출 지원 행복나눔 프로그램'은 소상공인과 일자리 창출 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1조5000억원 규모 금융 지원, 전담 지원팀 신설, 전 영업점 상담 데스크 운영, 세무·노무·회계 관련 전문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산업 현장의 애로 사항을 적극 청취해 '맞춤형' 금융 지원을 펼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4대 보험 의무가입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주저한다는 점에 착안해, 최대 2%포인트의 대출 금리를 감면하는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일자리 창출 우수 기업이 새로 직원을 채용하면 해당 급여의 일부를 이자로 환산, 대출금리를 추가 감면해준다.

청년 실업 문제 완화를 위해 해외 일자리 취업도 지원한다. 글로벌 청년 인턴십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매년 청년 100명이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싱가포르·인도에서 6개월간 현지 시장 조사 등 글로벌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돕는다. 희망자에게는 KEB하나은행의 현지 법인과 지점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창업 벤처기업을 위해 성장지원펀드, 혁신창업펀드, 성장사다리펀드 등 연 1000억원 규모의 간접투자와 연 1200억원 수준의 직접투자도 병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