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높은 관세율을 적용키로 한 것과 관련, 국제기구와 경제 전문가 등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해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는 1920년대말부터 30년대까지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대공황’ 시대를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 철강에 대해 25%, 수입 알루미늄에 대해선 10%의 추가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한 산업보호책을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했고 다음 주에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할 계획이다.

로버트 실러 미 예일대 교수

국제통화기금(IMF)는 2일(현지시간) 게리 라이스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수입제한 조치는 미국 외부뿐 아니라 미국경제 자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이스 대변인은 알루미늄과 철강의 주요 사용자인 제조업과 건설업 부문이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이 제안한 이 조치로 다른 나라들도 광범위한 수입제한을 정당화하는 데 국가안보 논리를 사용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세계 무역 전쟁이 촉발할 가능성을 얘기한 것이다.

그는 이어 “미국과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이런 비상조치에 의존하지 않고 무역에서의 의견 충돌을 풀어내고 무역 장벽을 줄이기 위해 건설적으로 협력하기를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실러 예일대 교수는 2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출연해 이번 조치에 대해 “무역전쟁으로 가는 첫 번째 총성(a first shot in a war)과 같다”고 평가하며 “걱정스럽다(worrisome)”고 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려고 할 것”이라며 “마치 (1920~30년대) 대공황 당시에 발생했던 상황”이라고도 언급했다.

실러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는 즉각적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유일한 예외는 아마도 미국내 철강업종 근로자와 철강 주식 투자자”라고 꼬집었다.

시카고 카운실 국제문제협의회(CCGA) 무역 전문가인 필 레비도 CNN과 인터뷰에서 “국가안보라는 명목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문을 연 것”이라며 “글로벌 무역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티븐 비들 미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미국의 이해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한국 등 동맹국들에 대한 레버리지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동맹국에 상처를 주는 무엇인가를 취한다면 미국의 이해가 걸린 지점에서 캐나다나 독일, 한국과 같은 동맹국의 참여를 고무시키는 데 필요한 미국의 정치적 선의를 축소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간)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크 페리 미시간대 교수도 “관세 폭탄에 얻어맞는 것은 중국 철강업자들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 제조업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