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백운규 장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미국을 방문 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게리 콘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윌버 로스 상무부장관, 의회 주요 인사 등과 만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의 문제점을 적극 제기하고,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채택되도록 미국 측에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 정책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설득 작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전에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무역 공세를 강화하자 미국의 오해를 풀겠다며 통상 당국과 의회, 경제계 인사와 접촉해왔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반덤핑관세 공세가 계속되고 세탁기·태양광모듈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미국 보복 조치의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다른 나라와 공조해 미국을 WTO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다. WTO에 제소해 판정이 나올 때까지 2년 넘게 걸린다. WTO 협정에 패소한 국가가 보상하는 절차가 없어 승소해도 기업이 입은 피해는 보상받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이익을 위해 동맹 여부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미국 측의 입장은 한층 강경해질 전망이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힘을 앞세운 미국의 무차별적인 통상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우리에게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의 주범으로 꼽는 자동차뿐 아니라 한국이 '레드라인'이라고 밝힌 쌀 등 농산물과 서비스 등 거의 모든 부문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공세를 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