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카페는 2016년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서울 홍대, 신촌, 강남 일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여과 없이 성인용 게임을 체험할 수 있어 VR카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VR 콘텐츠 특성상 VR 게임물 심의 등급 기준은 일반 게임과는 다르게 적용해 청소년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게임물 심의 등급 기준과 관련한 정부 부처를 포함한 기관들은 아직 뚜렷한 기준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나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이 VR카페를 찾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VR카페에 대한 궁금증과 인기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VR카페 수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7곳이던 VR카페 수가 2017년에는 133곳으로 늘었다. 올해 1월에만 7곳이 추가로 문을 열어 전국에서 총 140개의 VR카페가 운영 중이다.

기자가 VR카페에서 게임을 직접 하는 모습.

VR카페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접 보기 위해 최근 기자가 직접 방문한 홍대 근처의 한 VR카페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VR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가상 현실 속 롤러코스터를 타고 이동하면서 튀어나오는 좀비를 총을 쏴 죽이는 게임이었다. 게임 배경 자체도 피가 낭자하며 괴기스러운 공포감이 묻어났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자료를 보면 국내 등급 심사가 통과된 246개의 VR 게임 중 10%인 25개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2017년 8월 발간한 ‘게임물등급분류 및 사후관리연감’을 보면 2016년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게임 비율은 4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VR 게임물의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판정 비율은 일반 게임물에 비해 현저히 낮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의 VR 게임 등급심사는 일반 게임물과 같은 기준으로 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일부 폭력성이 강한 VR 게임에 노출되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VR 콘텐츠 특성상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VR 게임물에 대해서는 일반 게임물보다 엄격한 등급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VR 게임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VR 산업 발전에 있어 장애물이 될 수 있지만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어 기존 게임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고있는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VR 게임은 현실과 구분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고 특히 청소년들이 게임과 상호작용을 하는 부분에 있어 기존 게임보다는 청소년에게 현실관을 더 자극할 수 있다”면서 “VR 게임이 현실적이기 때문에 기존 등급 분류 기준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홍 숭실대 교수는 “VR은 기존 게임과는 달리 VR 기기라는 중간 매개체를 통해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기 때문에 기존 게임 등급 심의 기준과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VR 산업과 관련한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VR 게임 등급 심의 기준과 관련해 게임물관리위원회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게임 등급 심사와 관련해 관에서 민간으로 넘기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새로운 등급 심의에 대해서는 관에서 말할 수 없다”라며 “게임물 등급 심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우리의 소관 업무가 아니다”고 말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는 VR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일반 게임과는 다른 심의 등급을 마련하기 위한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한 바 있다. 하지만 2016년부터 10개월 간 운영된 TF의 결과에 대해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아직까지도 때문에 결과를 밝힐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VR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일반 게임과는 다를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심의 등급 차별화를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TF 결과에 대해선 아직 말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