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이 높은 임대료를 이유로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철수를 결정하자 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 등 1터미널 면세사업자의 연쇄 철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라·신세계 등 면세업체는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인천공항공사 측이 제시한 ‘임대료 일괄할인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 등 주요 항공사가 2터미널로 이동하고, 1터미널 내에서도 항공사가 연쇄 이동하고 있어 터미널 내 구역별로 임대료를 차등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지도. 위쪽 일직선으로 뻗은 부분이 탑승동, 아래편 왼쪽이 서편, 오른쪽이 동편이다. 현재 제2터미널이 개장하며 동편과 탑승동을 이용하던 대한항공 등이 2터미널로 이동하게 됐다. 현재 서편을 이용하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은 동편으로 이동하게 되고, 서편에는 외항사와 LCC가 자리잡는다. 이에 따른 여객 감소율은 서편 43.6%, 동편 30.1%, 탑승동 16.1%로 추산된다.

3일 면세업계와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철수의사를 밝힌 롯데면세점은 최근 1870억원의 위약금을 완납했다. 이에 따라 롯데면세점은 오는 6월부터 주류·담배를 제외한 향수·화장품, 패션·피혁, 탑승동 등 3곳 사업에서 철수한다.

롯데면세점의 위약금은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1터미널 임대료 일괄 할인율인 27.9%에 의거해 산정됐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2터미널 개장으로 인한 1터미널 총 여객 감소분에 따라 면세점 임대료를 할인해주겠다고 밝혀왔다. 당초 인천공항공사는 2터미널 개장으로 인한 1터미널 여객 감소율을 서편 43.6%, 동편 30.1%, 탑승동 16.1%, 평균 27.9%로 추정하고 이에 따른 구역별 차등 임대료 할인안을 검토해왔다.

이는 새 터미널 개장에 따른 항공사 연쇄 이동 때문이다. 2터미널로 대한항공, 프랑스항공, 델타항공, KLM네덜란드 등이 이동하며 기존 1터미널 서편을 사용하던 아시아나 항공은 동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편에는 아메리칸 항공, 사천항공 등 외항사와 LCC가 자리잡는다. 국적기인 아시아나 항공 이용자가 많은 만큼 동편보다 서편의 여객 감소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가 지난달 13일 업계에 전한 내용은 1터미널 내 총 여객 감소분을 모든 구역에 적용한 27.9%의 일괄 할인안이었다. 이에 신라·신세계 등 1터미널 서편에 자리잡고 있는 타 업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다음날 인천공항공사에 공식 항의서한을 발송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내 롯데면세점.

면세업계는 여객 감소보다 실질 구매력 감소가 더 큰 상황에서 일괄 임대료 인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공사 측과 임대료 재조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철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국적기 이용객의 면세점 구매력이 100%라면, 중국 항공사 이용객은 80%, 외항사는 50%에 불과해 단순한 여행객 감소만이 아닌 구매력을 고려해 임대료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며 “최악의 경우 철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가 롯데면세점의 철수를 수용하며 문제는 더 커졌다. 롯데면세점은 여객 감소율이 각각 16.1%, 30.1%로 추정되고 있는 탑승동과 동편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27.9%의 일괄인하안에 따라 위약금을 내게 됐다. 타 업체들은 “롯데면세점이 위약금 산정에서 도리어 이득을 봤다”고 주장한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40% 이상 여객 감소가 예상되는 서편 사업자들이 철수시 롯데와 같은 기준에 따라 위약금을 낸다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타 사업자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롯데측이 반발할 것이 뻔하다. 인천공항공사가 악수를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