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규제를 논의하는 G20(주요20개국) 회의가 다음달 19~20일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다. 일각에서는 그간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 변동성 및 사기혐의 등으로 시끌벅적했던 가상화폐 시장이 이를 기점으로 안정화되길 바라고있다.

블룸버그는 27일(현지시각) “정확한 시장 이해를 위해서는 회의에 앞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세계 각국 규제당국들의 움직임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며 규제당국들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보인 입장을 소개했다.

G20 로고

① 각국의 규제당국들이 가상화폐의 존재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

가상화폐는 출몰 이후부터 자금세탁, 탈세, 사이버범죄 등 불법적인 행위에 쓰여왔다. 최근 미국에서는 개인 사생활을 빌미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 등장해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패트릭 와이먼 미국 연방수사국(FBI) 자금세탁 전담반 직원은 이에 대해 “추적이 어려운 비트코인을 통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신종사기 수법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다. 거래 내역 추적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프라이버시 코인’이라고도 불리는 모네로(XMR)는 익명성이 확실히 보장된다는 이유로 범죄조직이 선호하는 1위 가상화폐로 등극했다. 이달 중순 미국과 영국 정부기관을 비롯한 수 천개의 웹사이트는 모네로 채굴을 목적으로 한 범죄조직이 유포한 악성코드에 수 시간동안 감염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규제당국들은 가상화폐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았을 때, 즉 금융권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러한 위험성을 간과했다”며 “현재는 가상화폐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② 미국 규제당국은 현재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미국 규제당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당분간 시장 규제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롭 조이스 백악관 사이버 담당책임자는 “가상화폐 시장에 규제를 가하기에는 미국 정부의 이해도가 부족한 상태다”라며 “더욱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만 규제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부터 ICO(가상화폐공개) 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뤘지만 거래소 승인 여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시각을 보였다. 단, 투자자들은 급성장하는 시장에 대해 제대로 된 규제 장치가 마련되는 동안에는 가상화폐 투자에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SEC측의 입장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해 12월 시카고상품거래소(Cboe)와 시카고선물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허용했지만 규제에 대한 입장은 SEC측과 별반 다르지 않다.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회장은 올초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며 “단,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가 아무리 거세져도 해당 시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안카를로 회장은 이어 “펌프앤덤프(헐값에 매입한 주식을 폭등시킨 뒤 팔아치우는 행위) 방식, 내부자 거래, 폰지 사기와 같은 사기혐의 등의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규제 승인을 받는 것은 사실상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③ 그렇다면 세계 규제당국들은

세계에서 비트코인이 가장 활발하게 거래됐던 중국과 일본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ICO와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한 반면 일본은 거래소 설립과 관련한 법률을 마련했다. 블룸버그는 “일본은 신속한 규제 도입으로 비트코인 거래량면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던 중국을 끌어내렸다”고 전했다.

한국은 최근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자금세탁과 같은 범죄 활용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그 후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투자와 시중은행 거래계좌 개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에 속한 국가 대부분은 아직 가상화폐 투자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지남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프랑스 규제당국은 가상화폐와 관련한 모든 것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는 반면 스위스 규제당국은 ‘가상화폐 국가’로 거듭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④ 현재 세계 금융권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

전통적인 자산만을 추구하던 금융권은 디지털 자산의 등장에 아직까지는 거리를 두고 있다. JP모건(NYSE: JPM), 뱅크오브아메리카(NYSE: BAC), 씨티그룹(NYSE: C) 등은 자사 신용카드로 고객들이 가상화폐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신용카드 이용자들이 카드대금 결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격변동성과 익명성을 활용한 범죄 활동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주를 이뤘다. 블룸버그는 “일부 업체는 고객들의 자금세탁 피해를 우려해 가상화폐와 관련된 거래는 일절 처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⑤ 단속 강화에 몸살 앓은 가상화폐 시장

지난 세달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

블룸버그는 “최근 가상화폐 시장은 폭락했다(They are down)”며 “단, 외면받지는 않았다(but certainly not out)”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2월 2만달러까지 치솟았지만 각국의 규제 강화에 70%가량 폭락했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들은 2월 초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가상화폐 성장세에 대해 “규제당국들의 의견이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가상화폐 반등세의 원인일 수 있다”며 “글로벌 협업이 없다면 가상화폐는 통제가 어렵다”고 전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각) 이러한 불협화음에 대해 “가상화폐 시장의 위험성이 여실히 드러났는데도 글로벌 협업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협업이 안될 경우 EU 당국은 단독으로라도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⑥ 향후 투자자들이 주목해야할 것은 ‘G20 회의’

블룸버그는 “다음달 19~20일 열릴 G20(주요 20개국) 회의를 눈여겨봐야 한다”며 “이를 통해 가상화폐의 세계적 규제가 수립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각국의 규제당국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향후 가상화폐가 기존 금융 시스템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또 어떤 형태로 통합되면 좋을지 등을 논의한다.

외신에 따르면 각국 금융권 인사들의 관심은 G20 회의에 가있다.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규제당국들은 가상화폐 거래의 익명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오는 G20 회의를 통해 거래 시스템과 관련한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G20 회의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그는 “비트코인이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G20 국가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며 “규제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쿠스 피버 유럽의회 의원은 “타 금융상품처럼 가상화폐도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와 관련된 사기혐의에 휘둘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규제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