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는 신(神)과 같은 효험이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 '본초강목(本草綱目)',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 등 한중(韓中) 고(古)의학 서적에 설명된 상황버섯 효능이다. "과장이 좀 심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상황버섯은 버섯류 중에서 가장 강력한 항암력과 면역 증강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버섯으로 성공한 농부를 만나기 위해 지난 2월 3일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 고천리에 있는 청정골상황버섯 농장을 찾았다.

고범수 청정골상황버섯농장주가 나무 그루터기로 만든 상황버섯 캐릭터.

청정골상황버섯 농장은 그루터기로 만든 귀여운 상황버섯 캐릭터 조각이 방문객을 반겨줬다. 농장 주변은 육지에 바짝 붙은 큰 섬 정도로 알았던 강화도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경치가 좋았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부드러운 산들로 둘러싸인 분지 호숫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농장. 자그마한 규모였지만 심산유곡(深山幽谷) 청정한 자연에서만 자란다는 상황버섯을 키울만하다 싶었다. 농장은 살림집을 비롯해 농장주가 방문객을 위해 직접 지었다는 볏짚을 얹은 온돌 황토방과 정자, 상황버섯을 키우는 비닐하우스 여러동이 제자리를 찾아 빼곡히 들어 앉았다.

20년 전부터 상황버섯을 키운 청정골상황버섯 농장주 고범수씨를 따라 2~3년생 상황버섯이 자라는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푸른 이끼 옷을 입고 상황버섯을 매단 참나무 숙주목이 쇠 파이프로 만든 설치대에 층층이었다. 하우스 안은 특별한 난방장치를 갖추지 않아 딸기나 채소를 키우는 비닐하우스처럼 따뜻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풍을 동반한 강추위로 비닐 하우스 밖 온도가 영하 10도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근하기만 했다.

고씨로부터 인적이 드문 고산지대 청정지역에서만 자라는 상황버섯을 강화도에서 키우게 된 배경과 ‘이 정도면 만족한다’고 자평하기까지 험난했던 과정을 들어봤다.

고범수 청정골상황버섯 농장주가 위탁재배 형식으로 키운 상황버섯을 가리키고 있다.

-20년전이면 상황버섯이 일반인에게 생소했을 때다. 상황버섯을 재배하게 된 배경은.

“대우자동차에서 일하다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1997년 퇴사했다.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에 넓은 농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농부가 적은 전남 영암으로 귀농했다. 연고는 없었다. 그곳에서 복합영농의 꿈을 안고 단감·매실·포도 등 다양한 과실을 재배했다. 하지만 치솟는 인건비와 인력난, 생산비용 증가와 자연재해 등을 이겨내지 못해 매년 적자가 누적됐다.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다. 고부가가치 작물이 답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최고의 작물을 찾다가 상황버섯을 알게 됐다. 당시 상황버섯은 일반인에게 생소했지만 부가가치가 무척 높았다. 문제는 재배가 쉽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상황버섯 재배기술을 습득해 상황버섯을 키웠다. 판로 개척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사실상 실패해 영암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판매가 쉬운 곳을 찾아 발품을 팔아 수도권 이곳저곳을 다녔다. 서울과 가깝고 먹거리와 관광자원이 풍부한 강화를 목적지 삼아 농장을 옮겼다.”

-상황버섯 키우기 쉽지 않았을 텐데 재배 기술은 어떻게 배웠나.

“나보다 먼저 해남에서 상황버섯을 키우던 분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도 가장 큰 교육은 실패를 통한 경험이었다. 푸른곰팡이가 생겨 숙주목을 버리기도 했고, 설치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상황버섯 재배에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맞추지 못해 실패하기도 했다. 야생에서 자라는 상황버섯을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려니 실패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푸른 곰팡이는 페니실린을 만드는 이로운 곰팡이 아닌가.

“상황버섯은 푸른곰팡이와 자라는 환경이 비슷한데 푸른 곰팡이는 숙주목에서 상황버섯 종균과 싸운다. 푸른 곰팡이는 우리에게 유익한 항생물질인 페니실린을 만들기도 한다. 일부는 인간과 가축에 유독한 물질을 만들어 먹으면 안된다. 그래서 푸른 곰팡이가 발생하면 숙주목을 버려야 한다. 푸른곰팡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비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쏟아부었다.”

위탁으로 재배 중인 상황버섯(왼쪽)은 모두 위탁자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여러층의 상황버섯 재배 시설.

-재배가 힘든 만큼 가격은 괜찮을 것 같다. 현재 농장의 수입은 얼마나 되나.

“상황버섯을 음식으로 꾸준히 섭취하면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이 증가했다. 그 덕에 벌이도 쏠쏠하다. 연간 3억원 정도의 매출에 1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올린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 벌이만큼은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판로를 찾지 못해 고전했다고 했는데 지금은 생산한 상황버섯을 어떻게 소비하는가.

“우리는 위탁재배가 70%이고 직접판매가 20%, 그리고 백화점 등을 통한 판매가 10% 정도 된다. 인기가 좋은 위탁재배의 경우 현재 3000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상황버섯을 위탁재배한다니 생소하다. 어떤 방식인가.

“상황버섯을 키우고 싶지만 키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돈을 받고 키워주는 것이다. 위탁재배 희망자는 1구좌(상황버섯 종균이 심어진 길이 30cm 정도의 참나무 숙주목 10개)를 25만원에 신청한 뒤 연간 관리비로 구좌당 9만원을 낸다. 종균을 심은 뒤 원하면 2년 뒤부터 수확이 가능하니 관리비는 18만원쯤 된다. 농가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좋고, 위탁자 입장에서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50%도 안되는 값에 사먹을 수 있어 좋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소비자들이 위탁재배를 선호하는 이유는.

“상황버섯을 위탁재배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처음부터 좋아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돈으로 몸에 좋은 상황버섯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의 경우 체험학습용으로도 활용한다. 농장에 쉼터를 만들어 놓으니 바람 쐬러 오는 위탁자들도 많다. 앞으로도 위탁재배를 신청하는 이들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범수 농부가 폐목재를 활용해 직접 만들고 지은 물레방아와 온돌 황토방.

-재배 규모를 줄일 계획이라고 했는데. 자리를 잡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손재주가 조금 있어 어지간한 시설이나 농장 인테리어는 직접 한다. 가족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만 농장 규모가 작지 않아 가족의 힘으로만 운영할 수 없다. 사람을 써야 한다. 최근 인건비와 참나무 원목 등 재료비도 올라 규모를 키운다고 해서 효율성을 자신하기 힘들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고 이제는 가족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재배 규모만 유지하려고 한다.”

-상황버섯 재배가 매력적인 만큼 재배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초기 투자금은.

“땅에서 상황버섯을 키우려면 우리농장 방식으로 재배할 때보다 비용이 2~3배쯤 더 든다. 우리는 하우스 1동당 최저 2000만~ 3000만원(원목값 포함) 수준이니 같은 규모의 상황버섯을 땅에서 키우려면 1억원 가까이 필요한 셈이다. 청정골상황버섯농장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참나무를 땅에서 키우지 않고 설치대를 만들어 땅에서 키울 때보다 훨씬 많이 양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범수 농부가 위탁재배 회원을 대상으로 상황버섯 위탁재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상황버섯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재배기술도 전수하나.

“해마다 여러 농가가 우리농장에 재배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버섯은 다른 작물보다 배우는 시간이 훨씬 길다. 기술을 이전 받는 데에만 아무리 짧아도 3년, 평균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예비 귀농·귀촌인이나 창업농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귀농 초기 3년 정도는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 귀농·귀촌의 경우 상당수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시로 역귀농한다. 이렇게 역귀농하면 3년전 귀농귀촌할 때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탈출하듯 하는 귀농·귀촌은 반드시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목표와 확실한 계획·열정을 가지고 귀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