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들어 2개월간 재건축에 집중 포화를 쏟아부으면서 서울 시내 재건축 아파트값 급등세가 꺾였다. 반면 일반 아파트, 그중에서도 주요 지역 신축 아파트는 오름세가 여전하다. 또 지난달 정부가 '초과이익 부담금' 카드를 내며 강남권 재건축을 압박하자 신축 아파트값이 올랐던 현상이, 이달 20일 발표된 '안전진단 강화'를 계기로 강북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따라 재건축 사업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진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일대.

심지어 목동·상계동 등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 사업이 위기에 처한 지역에서는 새 제도 시행 전에 안전진단을 통과하려는 '속도전(戰)'과 재건축 대상 단지 주민의 집단적·조직적 반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작년 8·2 대책으로 시작한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집값 안정화는 못 이루고 시장 왜곡만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 압박→신축값 상승, 이번에도?

부동산114 집값 통계를 보면, 지난 23일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 주간 상승률은 0.15%를 기록했다. 1주일 전 0.78%에서 급감했고, 8·2 부동산 대책 충격이 이어지던 작년 9월 22일(0.07%) 이후 5개월여 만에 최저치이다.

안전진단 강화 직격탄을 맞은 양천·노원·송파구에서는 곧바로 가격이 내린 매물이 나오고 있다.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던 목동 신시가지 11단지에서는 74㎡ 아파트가 시세(7억원)보다 3000만원 낮은 가격에 나왔다. 송파구에서도 "안전진단 강화에 따른 실망 매물이 기존 시세 대비 약 3000만원 정도 싸게 나오고 있다"고 문정동 A공인중개 관계자가 전했다.

기존 강북권 인기 지역 일부 아파트는 정부 발표 이후 더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지난주 재건축을 제외한 서울 일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45%로 재건축의 세 배였다.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는 지난 주말 이전 거래 가격보다 2000만원 비싼 12억5000만원에 팔렸다. 경희궁자이 매물 일부는 정부 발표 후 집주인이 거둬들였다.

시장에서 '재건축 압박→주변 신축 아파트·분양권 가격 급등' 패턴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추산치를 가구당 최대 8억4000만원으로 발표하고 강남권 구청에 '재건축 철저 심사'를 요구한 지난달에는 강남 신축 아파트와 분양권 가격이 급등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북권 아파트 재건축이 막혔기 때문에 같은 강북권 인기 지역인 마포·용산·성동구 새 아파트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앞둔 단지 반발 조직화

재건축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던 아파트 주민들은 반발이 심하다. 국토교통부의 안전진단 강화 행정예고에 대해서는 21~25일 "강남은 승인해주고 다른 지역의 안전진단 통과를 막는 건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 등 반대 의견 500여개가 접수됐다. 정부는 행정예고 기간 접수된 의견을 반드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단지 주민들은 대량 의견 접수로 '시행 시점을 미루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비(非)강남권의 연대 조짐도 있다. 목동·마포·노원 등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비강남권 차별 저지 범국민대책본부'(가칭)를 조직하고 있다. 이들은 국토부에 "26일 항의 서한을 방문 전달하고, 고위 관계자와 면담하겠다"고 요구했고, 국토부는 이를 수용했다. 항의 서한에는 '안전진단 기준 점수에 내진 설계 여부, 수도관 녹물 여부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대상 지역 국회의원과 국토부 담당자 등에게는 항의 문자도 쏟아지고 있다. 일부 단지는 속도전에 나서기도 한다. 목동 신시가지 4단지는 지난 21일 양천구청에 예비 안전진단을 신청했고, 나머지 단지들도 이번 주 중 예비 안전진단 신청을 목표로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등은 본(本)안전진단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새 안전진단 제도 시행 전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옛 기준을 적용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