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한은 시각 주요 포인트
차기 한은 총재 오리무중...한은 출신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오는 27일 한국은행이 2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미국과는 달리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1% 초반대에 머물러 있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한국GM 사태 등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보다 높아지는 이른바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는 게 한은의 고민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아지면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더라도 금리 역전 기간이 길어지면 한국에 들어온 외국 자본의 유출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현행 기준금리는 연 1.25~1.50%다. 미 연준의 3월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 다음달이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마냥 기준금리 인상을 미루기 어려운 이유다.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한은의 시각을 확인하는 것이 이번 금통위의 중요한 포인트다.

이주열 총재의 임기가 3월 말 끝난다는 점도 이번 금통위의 또 다른 포인트다. 이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금통위다. 현재 경제상황에서 한은의 역할에 대해 그가 어떤 발언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 2월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유력’

2월 금통위를 앞두고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8~13일 채권시장 참여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93%는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세, GM의 군산공장 폐쇄 등 경제 악재가 잇따라 돌출하고 있어 금통위가 금리인상을 선택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국 경제가 지난해 3년만에 3%대(3.1%) 성장률을 회복했지만 성장 온기의 확산 속도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1.0%에 불과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0%에 한참 모자란다. 소비 부진으로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높지 않다.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한은의 발빠른 금리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9.9%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월 실업자수가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은 갈수록 더하고 있다.

이번 금통위가 이주열 총재 퇴임 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마지막 회의라는 점도 금리동결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한은은 총재 교체기에 기준금리 인상 또는 인하를 결정하지 않는다. 후임 총재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관행이다.

◇ 기정사실화된 ‘한미 금리역전’…한은의 시각은?

하지만 한은으로선 미국 경제 상황이 한국과 다르다는 점이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미국의 경우 경기회복이 고용시장의 임금상승을 거쳐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게 각종 경제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 전망치(0.3%)를 웃도는 0.5%까지 상승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비(非)경제학자 출신 제롬 파월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에 임명했다.

미국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의 올해 금리인상 횟수를 2~3회에서 3~4회로 변경하는 수정 전망을 발표했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말 4회 인상 전망을 제시한 이후 JP모간과 바클레이스 등도 연 4회 인상론에 동참했다. 이같은 전망에 따르면 연준은 빠르면 다음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의 기준금리가 다음달에 연 1.25~1.50%에서 1.50~1.75%로 올라가면 한은 기준금리(1.50%)를 추월하는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당장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작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미 금리역전에 대한 한은의 시각은 기준금리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스위스와 통화 스와프(교환) 계약을 체결한 직후 현지 간담회에서 “경제 주체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3회로 예상하고 계획을 짰는데 그보다 빠른 속도로 올리거나 유럽중앙은행(ECB) 등도 긴축적인 모습을 보이면 분명 애로가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빠를 것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대 성장을 하고 국제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때가 올 것 같다”면서도 “(구체적인 인상의) 시기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오리무중 차기 한은 총재…또 한은 출신? 이총재 연임?

이주열 총재가 임기 마지막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 4년 재임기에 대한 소회뿐 아니라 현재 경제 상황과 한은의 역할 등에 대한 언급이 나올 수 있다.

이 총재의 임기가 한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차기 한은 총재 인선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국회 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차기 한은 총재 지명자가 발표돼야 한다.

유력한 차기 총재 후보자가 부각되지 않으면서 외부 출신보다는 한은 내부출신의 차기 총재 선임 가능성이 높아진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병화 전 부총재, 김재천 전 주택금융공사 사장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1등 공신이었던 이광주 전 부총재보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이 총재의 연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총재가 연임하면 한은이 금통위 의장을 맡게 된 1998년 한은법 개정 이후 최초의 연임 총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