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 뒤통수를 맞았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 재건축 연한을 넘겼는데도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단지 주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들 아파트는 이번 정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선의 최대 피해 단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진단을 충분히 통과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시기를 놓쳐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받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로 올릴 예정이다.

가장 피해가 큰 단지는 1985년과 1986년에 걸쳐 지어진 양천구 목동 1~7단지로 꼽힌다. 이 단지들은 재건축 연한이 넘었지만 그동안 안전진단을 받지 않았다. 서울시가 목동택지지구를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관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다른 단지들의 재건축 연한이 차길 기다렸다는 게 양천발전시민연대의 설명이다. 목동 8단지부터 14단지는 1987년과 1988년에 입주가 시작돼 1~7단지보다 1~2년 정도 늦다.

종 상향을 추진하던 목동 1~3단지의 불만이 특히 크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중 1~3단지는 2종 일반주거지, 나머지는 3종 일반주거지로 분류됐다. 종 상향이 될 경우 용적률 ‘200% 이하’에서 ‘250%’가 적용될 수 있었지만,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로 찬물이 끼얹어졌다. 양천발전시민연대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을 믿고 기다렸는데, 이런 정책이 나왔다”며 “목동 주민들은 정책에 배신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 주민들도 충격에 빠졌다. 이 단지는 1983년 12월 입주한 2400가구짜리 아파트다. 다른 단지와 비교해 대지지분이 많은 편이라 재건축 시장에서도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조합방식과 신탁방식을 놓고 주민들이 둘로 찢어져 갈등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안전진단도 자연스레 미뤄졌다. 결국 이번 정부 정책의 피해 단지가 되면서 재건축 추진 전망이 더 불확실해졌다.

최근에 안전진단을 신청한 ‘막차’ 탄 단지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서울 각 구청에 재건축 심사를 철저히 할 것을 지시할 만큼 재건축 시장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안전진단이라고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일단 재건축 연한을 넘은 아파트들은 재빠르게 사업을 준비 중이다.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강동구 신동아의 경우 안전진단 전문기관 용역 선정 긴급 공고를 내며 속도전에 들어갔다. 용역 발주에서 기관 선정까진 약 한 달이 소요된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아파트와 신길우성2차, 고덕주공 9단지, 삼익그린2차 등도 안전진단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국토부 개정안 시행일자는 다음 달 초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견 수렴 등이 이뤄지며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21일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입법·행정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