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유보…김상조 "형사 처벌 조항 정비하며 계속 논의"
기업분할명령제 도입 우선 순위서 제외,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는 도입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위반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전면 폐지와 선별 폐지, 현행 제도를 보완해 유지하는 세 가지 방안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독점 기업을 강제로 쪼개는 기업분할명령제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도입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손해배상 소송시 기업이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22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정위 TF는 공정거래법 위반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전속고발권 개편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는 "전속고발권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공정위는 법무부 등 유관 기관의 의견을 충실히 감안해 이 문제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법의 거의 모든 조항에 형사 처벌이 규정돼 있다”며 “기업 이슈는 형사 처벌 보다 과징금과 같은 금전적 제재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벌 조항을 정비하고 금전적 제재를 어떻게 결합할지 고민하면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TF는 최종 보고서에서 공정거래법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해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누구나 검찰 고발이 가능한 방안과 일부 법 위반에 대해서만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함께 제안했다. 선별적 폐지는 기업들의 보복 조치와 사익 편취, 경성담합 행위, 부당으로 지원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만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것이다. TF는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유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을 강제로 쪼개는 기업분할명령제(시장구조개선명령제)에 대해서는 도입을 유보했다. 그는 “시장구조개선명령제는 경쟁 당국이 가질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면서도 "서둘러서 도입할 만큼 우선 순위가 높지는 않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법원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기업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이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 비밀이 담긴 자료는 법원에만 제출하면 된다. 미국의 경우 재판이나 심사 개시 전 원·피고 양측이 혐의 입증과 관련된 모든 증거 자료를 공개하고, 그 범위 내에서만 본안 심사를 하도록 하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 분야의 집단 소송제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집단소송제도는 피해자 중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담합(공정거래법), 제조물책임법 위반(제조물책임법), 허위·과장 광고(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공정거래법)에 한해 집단 소송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