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전환형 펀드가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목표 전환형 펀드는 한동안 주식에 투자했다가 목표 수익에 도달하면 안정적인 채권 투자로 전환하는 상품이다. 지난해부터 상승 랠리를 이어온 국내·외 증시가 이달 들어 크게 오르내리자, 투자자들이 주식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는 상품으로 발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21일 금융 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전체 전환형 펀드에는 427억원이 들어왔다. 이는 거래가 매우 활발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면 공모주 펀드(467억원) 등과 함께 여러 펀드 유형 중 돈이 가장 많이 들어온 축에 속한다. 같은 기간 배당주·가치주 펀드에서 각각 1600억원, 120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에만 7개의 목표 전환형 펀드가 설정됐고, 1000억원대 대형 펀드도 나왔다. 대신증권 문남중 연구원은 "올해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울 변동 요인이 많다는 점에서 목표 전환형 펀드는 위험 분산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는 틈새 상품"이라고 말했다.

◇하락 시 분할 매수하는 전략

목표 전환형 펀드는 넓은 의미에서는 주식에서 채권으로 전환되는 것뿐만 아니라, 미리 설정해둔 조건을 충족하면 다른 유형의 자산으로 투자 대상이 바뀌는 모든 펀드를 가리킨다. '원자재→채권', '부동산→채권'인 펀드도 있다.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자동으로 환매돼 운용이 종료되는 펀드도 있다. 하지만 목표 전환형 펀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주식→채권'형이다.

주식에서 채권으로 전환되는 펀드의 경우, 특정 종목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담거나 '코스피200', '코스닥150', 'KRX300'과 같은 지수를 추종한다. 주가나 지수가 하락하는 시기엔 분할 매수하는 것이 주된 전략이다. 예컨대 5%의 수익률을 목표로 1000만원의 원금을 투자한다고 할 때, 먼저 500만원을 ETF나 지수에 투자한다. 그리고 주가나 지수가 10포인트 또는 3% 떨어질 때마다 50만원씩 매수하는 것으로 설정해둔다. 주가나 지수가 오를 때도 소액 매수하는 상품이 있지만 대부분의 목표 전환형 펀드는 하락 시에만 매수한다. 이런 식으로 주가(또는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50만원씩 매수해 투자 원금 1000만원이 채워진 뒤, 주가나 지수가 올라 펀드 평가액이 투자 원금 대비 5%의 수익이 붙은 1050만원이 되면 자동 환매가 이뤄진다. 그리고 지정해둔 채권으로 투자 대상이 바뀐다.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투자자에겐 휴대전화나 이메일로 통보를 해준다. 펀드마다 목표 수익률, 선행 매수 비율, 분할매수 금액 단위, 펀드 운용 기간 등의 조건은 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 성향과 잘 맞는 상품인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보통 연 수익률 기준 6~8%를 목표로 하는 펀드가 많고, 펀드 운용 기간은 1년 정도다.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김혜원 PB팀장은 "목표 전환형 펀드는 증시가 한없이 떨어지거나 오르기만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떨어질 때 조금씩 사뒀다가 향후 상승기에 이익을 내도록 설계된 상품"이라고 말했다.

◇목표 달성 못 하면 비자발적 장기투자

목표 전환형 펀드의 특징 중 하나는 환매 수수료가 없는 상품이 많다는 것이다. 비용 부담 없이 만기 전 얼마든지 돈을 찾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자 상당수는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돈을 뺀다. 증시를 통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후에는 우량 채권 금리(연 2% 안팎) 정도의 낮은 수익을 얻기 때문에 굳이 돈을 묶어두지 않는 것이다.

목표 전환형 펀드는 아무 때나 가입할 수 없다. 판매 기간이 정해져 있다. 모든 가입자가 목표 수익을 똑같이 올려야 하는 상품인 만큼, 고객들의 펀드 매수 가격을 통일시키기 위해서다. 목표 전환형 펀드라고 해서 모든 펀드가 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하는 건 아니다. 주식시장이 계속 하락세를 보일 때는 목표 수익률이 달성되지 않아, 본인이 원하지 않는 장기 투자를 해야 할 수 있다. 짧게 운용해야 하는 자금의 투자처로는 적합하지 않은 셈이다.

또 지난해처럼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는 시기엔 수익을 조금만 내면, 바로 안전자산으로 방향을 틀기 때문에 위험 회피를 목적으로 돈을 넣은 투자자들도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