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카드로 쓴 돈이 2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열흘간의 추석 연휴 등으로 해외여행을 나간 이들이 크게 늘었던 게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21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17년 거주자 카드 해외 사용 실적'을 발표했다. 우리 국민이 작년에 해외에 나가 신용카드, 체크카드, 직불카드 등으로 쓴 액수는 171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143억달러)에 비해 19.7% 급증한 것이다. 작년 카드 해외 사용액을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연평균 1130.5원)로 환산하면 19조3429억원에 이른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 5월 징검다리 연휴, 10월 역대 최장 추석 연휴 등으로 출국자가 크게 늘면서 카드 해외 사용액도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5월 초에는 부처님 오신 날, 어린이날, 대통령 선거일 등 휴일이 주말을 끼고 잇따라 있었다. 또 작년 10월 초에는 추석 연휴가 열흘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작년 한 해 동안 해외여행을 나간 국민은 2650만명으로 전년 대비 18.4% 증가했다.

작년 카드 한 장당 해외 사용액은 312달러로 전년 대비 2.3% 늘었다. 장당 사용액 증가는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카드 종류별 해외 사용액은 신용카드가 124억6900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체크카드 43억3800만달러, 직불카드 3억500만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내수(內需)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 해외 사용액이 급증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작년 민간소비 지출은 전년 대비 2.6% 증가에 그치면서 카드 해외 사용액 증가율(19.7%)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한편 작년에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와 카드로 쓴 액수는 85억2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0.4%나 급감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이후 중국이 단체 한국 관광을 막은 것이 주요인이다. 작년 중국인 입국자는 전년 대비 48.3%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