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 가운데 가장 늦게 정기인사를 단행한 금융 계열사의 고위 임원 면면을 보면 작년에 해체된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들이 약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생명은 최근 실시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금융경쟁력제고TF(태스크포스)를 만들고 TF장에 미전실 금융일류화추진팀에서 일했던 유호석 전무를 임명했다. 유 전무는 삼성생명에 입사해 자산 운용 업무를 주로 맡았으며, 2015년 말 전무 승진과 함께 미전실 금융일류화추진팀에 합류했었다. 금융일류화추진팀은 2004년 삼성그룹 내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출범했으며, 2015년 말 미전실 소속 정식 팀으로 편입됐었다.

(왼쪽부터)유호석, 이승재, 장석훈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경쟁력제고TF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들의 업무를 총괄하고 중복되는 업무 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TF는 금융 당국이 올해부터 실시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대응하는 업무도 한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대기업 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을 묶어서 건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삼성 금융 계열사에선 미전실 금융일류화추진팀 출신의 승진자도 여럿 나왔다. 기획재정부 출신이기도 한 이승재 삼성생명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삼성화재 기획실장으로 옮겼다. 장석훈 삼성화재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기로 했다. 장 부사장은 '인사통'으로 알려져 있지만, 재무 담당인 CFO를 맡았다. 미전실 출신으로 금융경쟁력제고 TF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알려졌다. 박종문 삼성생명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이승재 부사장은 금융일류화추진팀에서 기획, 장석훈 부사장은 인사, 박종문 전무는 경영지원 업무를 맡았었다. 이 밖에도 미전실 커뮤니케이션 담당 임원이었던 최인철 삼성생명 상무와 남대희 삼성화재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삼성 안팎에선 그룹 미전실이 해체됐어도 계열사들의 이슈를 조율하는 업무를 했던 미전실 출신들이 중용되는 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 미전실에는 각 계열사에서 일을 잘한다고 발탁된 사람이 많았다"며 "미전실 출신들이 계열사로 복귀했지만 약진하는 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