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정체에 빠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거센 도전에 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롱테일'을 내세웠다. 롱테일 전략은 신제품보다 기존 제품 판매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다. 애플이 신규 아이폰을 내놓고 다음해 디자인은 거의 그대로지만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S 시리즈'를 내놓는 것과 비슷하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진 탓에 성장세가 감소하면서 침체기에 빠졌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최근 자료를 보면 2012년 스마트폰 보급률은 14.7%였다. 2017년에는 43.1%로 올라갔고 이후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2011년부터 2015년 평균 39% 성장했지만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2017년에는 3%에 불과한 성장 수치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의 한 스마트폰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살펴보는 모습.

게다가 그동안 공들인 중국시장은 비보, 화웨이, 샤오미 등 현지 기업들의 강세가 도드라졌다. 이들은 중국 내 판매를 넘어서 미국과 유럽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비용이 덜 들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롱테일 전략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1월 31일 컨퍼런스콜에서 "차별화된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와 함께 롱테일 판매 전략에 비중을 실을 것이다"고 선언했다. LG전자도 1월 25일 컨퍼런스콜에서 "신제품을 늦게 출시하더라도 G6·V30 업그레이드 버전을 통해 판매량을 최대한 유지하는 롱테일 전략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존 제품에 새로운 색상을 추가하거나 올림픽 같은 행사를 이용한 콜라보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적으로 롱테일 전략을 밝힌 만큼 본격적으로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래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본 제품에 새로운 색상을 추가해 왔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롱테일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S9이 곧 출시되는 만큼 전작들과 갤럭시S9을 함께 이끌어갈 수 있는 마케팅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경우 이번에 인공지능이 업그레이드 된 2018년형 V30를 출시하고 앞으로 나올 G6 후속작을 이용해 롱테일 전략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버건디 색상을 추가한 갤럭시S8(왼쪽)과 갤럭시노트8 평창 에디션(오른쪽).

삼성전자는 2017년 11월 갤럭시S8에 버건디 색상을 추가하고 2월 5일에는 갤럭시노트8 평창 에디션을 1만대 내놓았다. 신작인 갤럭시S9이 2월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18'에서 공개될 예정이지만, 그 전까지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기존 제품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전작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은 출시되고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의 2월 스마트폰 판매 추정치 자료를 보면 갤럭시S8의 경우 2017년 4월에 출시됐지만 최근에도 하루에 5000~6000대 팔리는 것으로 추정됐다. 2017년 9월에 출시된 갤럭시노트8의 경우 하루에 약 1만대가 꾸준히 팔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 측은 "아직 롱테일 전략에 대한 자세한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예전처럼 한 제품을 잠시 반짝 마케팅하는 것보다 예전 제품들까지 신제품 출시와 함께 중요 제품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 모델이 라벤더 바이올렛 색상이 적용된 Q6(왼쪽)와 G6(오른쪽)를 들고 있는 모습.

LG전자도 롱테일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1월 26일에는 V30에 라즈베리 로즈 색상을 추가했고, 2월 12일 G6에도 라즈베리 로즈 색상을 추가했다. 2월 18일에는 G6와 Q6에 라벤더 바이올렛 색상을 적용했다. 2월 25일 'MWC 2018'에서는 인공지능이 업그레이드된 2018형 V30을 내놓을 계획이다. 기존 MWC에서 G 시리즈 신작을 공개했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또 롱테일 전략은 2017년 12월 새로 부임한 황정환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장의 전략인 '관성타파'와도 잘 어울린다는 게 업계 평이다. 타사가 내놓는 신제품 출시에 맞춰 신제품을 내놓는 관성적인 '맞불작전'보다는 롱테일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수익성 회복에 힘을 쏟겠다는 게 LG전자의 그림이다.

LG전자 측은 "롱테일 전략은 소비자의 지속적 가치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졸업식이나 크리스마스처럼 시의성 맞는 소비자 수요를 조사해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새로운 색상을 추가하는 롱테일 전략을 구사 중에 있다. 또 G6의 후속작은 원래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롱테일 전략과 함께 맞물려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박형우 신한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경우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가 계속 적자를 내왔기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천천히 수익성을 회복하는 롱테일 전략이 가장 맞다고 판단해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이 힘든 만큼 롱테일 전략을 가져가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리더로서 꾸준한 신제품 출시 전략도 함께 이어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