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캐나다의 봉바르디에(BOMBARDIER)사가 만든 CS300 기종을 처음 도입했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이 보잉이나 에어버스가 아닌 봉바르디에사의 기종을 도입했다는 점을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다. 대한항공이 도입한 CS300 기종은 127석짜리 소형 제트기이다. 국내엔 잘 안 알려졌지만 최근의 소형 항공기 시장을 주도하는 기종 중 하나다. 대한항공은 "국내선 등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노선에 투입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총 10대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소형 항공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소형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대형 업체인 보잉에어버스까지 도전하고 있다. 중국·일본·러시아 업체들도 같은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소형 항공기는 수요가 적은 노선에 투입하기 좋고, 활주로가 짧은 소형 공항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로 200명 이상을 태우는 중·대형 항공기가 다니기 어려운 지방 공항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보잉·에어버스, 소형기 시장에 재도전

소형 항공기 시장은 그동안 작은 제조업체의 독무대였다. 브라질의 엠브라에르(EMBRAER)는 소형 제트기인 E-JET 시리즈를 만들어 1500대 넘게 팔았고, 봉바르디에도 최근 C 시리즈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이 도입을 결정한 기종도 이 C 시리즈다. 소형 항공기 시장에서 두 제조사의 점유율은 8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여객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보잉에어버스는 그동안 소형 여객기 개발에서는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보잉은 100인승 규모의 B717 모델을 만들었지만 156대만 팔리자 2006년 단종시켰다. 에어버스도 117명을 태우는 A318 기종을 만들었지만 80대를 파는 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 보잉과 에어버스는 다시 소형 항공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봉바르디에가 지난해 초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을 뚫기 위해 저가로 미국 델타 항공에 C 시리즈 75대를 판 것이 계기가 됐다. 미국 업체인 보잉이 "봉바르디에가 캐나다 정부의 보조금을 이용해 시장가 이하로 판매했다"며 덤핑 혐의로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것이다. 보잉은 봉바르디에의 C 시리즈 염가 판매로 자신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에어버스가 뛰어들었다. 지난해 10월 봉바르디에 C 시리즈 프로젝트의 지분 50.01%를 인수하겠다고 한 것이다. 에어버스의 미국 내 공장에서 C 시리즈를 최종 조립하게 되면 관세를 적용할 수 없게 된다. 에어버스는 이 인수로 자신들의 취약점인 소형 모델을 보강할 수 있다고, 봉바르디에는 에어버스의 강력한 마케팅망과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ITC는 봉바르디에의 덤핑 혐의에 대해 지난달 최종 무죄 판정을 내렸다.

보잉은 브라질 엠브라에르 인수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보잉의 인수 시도가 성공하면 세계 항공업계는 '보잉-엠브라에르 대(對) 에어버스-봉바르디에'의 구도로 재편되게 된다. 엠브라에르 인수엔 브라질 정부 승인이 필요한 것이 걸림돌이다.

일·중·러도 뛰어들어

소형 항공기 제작에 뛰어드는 업체는 더 많다. 일본 미쓰비시항공기는 70~90인승인 MRJ(미쓰비시 리저널 제트)를 만들어 2015년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2020년 항공사 인도가 목표다. 중국도 중국상용항공기(COMAC)가 승객 90명을 태우는 ARJ 모델 생산에 대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양산 허가를 받은 상태다. 러시아는 전투기를 만들던 수호이가 93명을 태우는 민간 여객기 SSJ100(수호이 수퍼젯 100)을 만들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소형 항공기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도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이 시장을 잡기 위한 제조사들의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