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공사가 지난해 4분기 12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3년 2분기 이후 18분기 만의 적자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이다.

한전측은 “원전 안전을 위한 추가 정비로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력구입이 증가했고, 액화천연가스(LNG) 등 국제연료가격이 상승한 것이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올해 한전의 실적은 회복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 상반기 실적은 계속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원전 이용률이 올 상반기 내내 60%대에 그칠 전망이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도 6·13 지방선거 전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한전 입장에선 원전 운영에 과도한 규제가 이어지면서 비싼 가스 발전으로 전력을 충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한전은 올해 대규모 적자를 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 한전, 구입전력비 상승으로 ‘실적 쇼크’...신임 사장 인선 오리무중

한전이 지난해 4분기 ‘실적 쇼크’를 기록한 것은 원전·석탄화력발전 이용률이 감소하면서 구입전력비가 상승한 영향이 크다. 원전 이용률은 지난해 3분기 70%에서 지난해 4분기 65%로 5%포인트 낮아졌으며, 석탄 역시 지난해 3분기 83%에서 지난해 4분기 75%로 8%포인트 감소했다.

원전·석탄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기댈 수 있는 에너지원은 LNG 등인데, 한전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LNG 가격은 2016년 대비 12% 상승했다. DB금융투자는 “원전 복구 충당금(약 2700억원)이 반영돼 일회성 비용이 증가했으며, 법인세율 인상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에 8175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한 것이 순이익 악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한전의 구입전력비 부담은 늘었지만 전력 판매단가는 2.1% 하락한 108.4원/Kwh를 기록했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와 교육용 요금 인하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전은 18분기 만의 적자로 비상경영 상황이지만 지난해 12월 조환익 전 사장 사임 이후 사장 직무대행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19일 현재 신임 한전 사장 인선은 오리무중 상황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기업 한전 사장 자리를 장기간 비워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에너지 산업의 이해도가 높은 인사가 조직을 추스리고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현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산업용 전기요금 올리면 기업 부담만 늘어나

한전은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후 “앞으로 경영효율화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 국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최대한 줄여나갈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전 이용률이 정상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전의 실적 개선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전이 제시한 원전 이용률 가이던스는 올 1분기 61%, 2분기 68%, 3분기 76%, 4분기 70%대 후반이다.

한전의 시나리오대로 원전이 돌아간다고 해도 올 상반기에는 원전 이용이 지난해 4분기처럼 저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한전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전기요금 인상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해 7월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으로 전력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현재 산업용 전기는 전력 수요가 많은 오전~저녁에는 높은 요금을, 심야나 주말처럼 상대적으로 전력 소비가 적은 경(輕)부하 시간대에는 할인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여당 일각에선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이 기업에 대한 특혜이며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실시한다면 정치적 부담이 적은 6.13 지방선거 이후가 유력하다.

정동욱 교수는 “국가가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때는 환경과 안전 외에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민적 합의 없이 산업계에 비용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