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에서 근린상가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근린상가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특히 서울 근린상가는 물건이 달려, 경매에 부쳐지는 대로 고가에 낙찰되고 있다.

20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2월(13일 기준) 서울에서 낙찰된 업무상업시설 경매물건 낙찰가 상위 10개 물건 중 7건이 근린상가였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2건을 제외하면 모두 100%를 넘겨, 고가낙찰이 이뤄지고 있다. 근린상가는 자기자본 10억~50억원 정도를 끼고 대출을 받아 매입해 임대수익을 낼 수 있는 통건물로, 업계는 보통 꼬마빌딩으로 보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상권에 근린상가 건물들이 밀집해 있다.

낙찰가가 가장 높았던 물건은 지난 1월 30일 낙찰된 관악구 신림동의 토지면적 849.9㎡, 건물면적 2006.8㎡짜리 근린상가였다. 첫 경매였고 개인이 입찰하기에는 감정가(77억2160만원)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지만, 82억83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은 107%였다. 건물 전면이 대로변에 맞닿아 있는 데다 신림뉴타운 1구역에 속해 개발 여력도 컸기 때문이다.

응찰자가 가장 많고 낙찰가율도 가장 높았던 물건은 용산구 서계동의 토지면적 74.7㎡, 건물면적 288.3㎡짜리 근린상가였다. 첫 경매에 부쳐진 신건이었지만 무려 72명이 입찰했고, 낙찰가는 감정가(9억5697만원)의 149%인 14억3000만원이었다. 지지옥션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진행된 근린상가 경매에서 가장 많은 응찰자가 몰린 사례다. 업무·상업시설 전체로 봐도 역대 3위다.

1983년 지어진 낡은 건물이었지만, 건물이 서울역과 직선거리로 300m에 불과하고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활성화계획’ 구역 안에 있어 도시재생사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돼 응찰자가 많이 몰렸다.

이달 12일 첫 경매에서 바로 낙찰된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토지면적 446㎡, 건물면적 1346.6㎡짜리 근린상가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18명이 응찰했고 감정가(41억7593만원)의 130%인 54억1111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왕십리역과 상왕십리역 사이에 있고 대로변 이면에 있는 건물이라 접근성이 좋았던 것이 고가 낙찰의 이유로 꼽힌다.

지난달 근린상가를 포함한 업무상업시설 전체 낙찰가율은 76.9%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75.9%·2006년 6월)을 갈아치웠다. 근린상가 경매는 임차인이나 권리금 문제로 명도이전이 쉽지 않아 까다로운 물건으로 꼽히는데도 낙찰가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일반인들이 근린상가에 투자하기에 경매만큼 좋은 게 없어 보인다”면서 “가격 등 물건 핵심 정보가 공개돼 있기 때문인데, 최근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와 맞물리며 근린상가에 관심을 두는 수요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