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개설됐던 이건희 삼성 회장의 27개 차명계좌에 대한 금융자산을 확인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19일 2주일 일정으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검사대상은 이 회장의 27개 차명계좌가 개설된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4개 회사다.

TF는 원승연 금감원 자본시장·회계부문 부원장을 단장으로 금융투자검사국장, 자금세탁방지실장, IT핀테크전략국장 등으로 구성됐다.

조선DB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12일 법제처의 해석에 따라 이 회장의 차명계좌 27개가 과징금 부과대상이 됐다”며 “당시 해당 차명계좌의 잔액이 얼마인지 확인하기 위해 TF를 구성해 특별검사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법제처에 이 회장의 27개 차명계좌가 과징금 부과 대상인지에 대해 금융실명제법 유권해석을 맡겼고 법제처는 지난 12일 27개 차명계좌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법제처는 "차명계좌의 자금 출연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경우…금융기관은 같은 부칙 제6조제1항에 따라 과징금을 원천징수해야 한다”고 유권해석했다.

현행법상 과징금 부과액은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1993년 8월 12일 당시 차명계좌 잔액의 50%다. 즉,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차명계좌에 얼마가 들어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2주간 실시한 점검 결과, 이 회장의 27개 차명계좌 자료가 전부 폐기된 것을 확인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 가운데 1197개가 2008년 삼성 특별검사 때 밝혀졌고, 이중 27개가 실명제가 실시된 1993년 8월 12일 전에 만들어졌다. 상법상 금융회사는 장부를 10년간 보관할 의무가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27개 차명계좌의 잔액은 특검 때 나왔던 965억원이지만 실명제 시행 당시 잔액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인원 5명씩으로 구성된 2개 반이 4개 증권회사를 동시에 조사할 것”이라며 “향후 검사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이 회장의 27개 차명계좌 원장을 사실상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권 등을 의식해 ‘시늉내기’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