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장관 오는 24일 '나홀로 원전 세일즈' UAE행
"한전·한수원 수장 없이 설득력 높이는 방안 검토중"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오는 24~26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원전 세일즈에 나선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영향력이 강한 UAE와의 국가간 친분을 통해 사우디 원전 수출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알려야 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 사장은 공석이어서 백 장관의 나홀로 원전 세일즈가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산업부가 원전을 짓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한전과 한수원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며 “특히 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원전 수출 시장에서 불리한 상황이라 백 장관만 부각될 경우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27일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두 팔을 번쩍 치켜올리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직원들 뒤로 돔 형태 모양을 갖춘 바라카 원전 1~4호기 모습이 보인다. 2009년 12월에 수주한 바라카 원전은 한국의 원전 수출 1호로 올해 1호기가 가동될 예정이다.

18일 산업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백 장관은 이번 UAE 방문 기간에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행정청장을 만나 사우디 원전 수출 전략에 대해 조언을 들을 예정이다. 백 장관은 칼둔 청장과 만난 뒤 사우디로 넘어가 사우디 관계자들에게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알릴 예정이다.

백 장관은 지난 14일 개최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산업 협력방안 점검회의’에서 “최근 사우디 상용 원전 수주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원전 수주는 원전의 경제성, 기술적 안전성뿐 아니라 경제협력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오는 2032년까지 17.6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 17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2030년까지 1.4GW 원전 2기를 짓는 첫 프로젝트 국제 입찰을 준비 중이다. 작년 12월 말 한전을 비롯한 주요 국가가 제출한 정보제안요청서(RFI) 답변서를 토대로 오는 3∼4월쯤 2~3곳의 예비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업 규모는 200억~300억달러(21조~32조원) 규모에 달한다. 사우디는 예비사업자를 상대로 자체 검토과정을 거친 뒤 올해 말쯤 원전 건설 사업자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사우디가 최종적으로 원전 사업자를 선정하기까지 약 10개월이 남은 시점이지만 한국은 예비사업자 벽을 우선 넘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우디 원전 건설에 대한 실무 차원의 절차들은 이미 끝났지만, 발표 전까지 기업의 기술력이나 안전성뿐 아니라 기업이 속한 국가가 얼마나 지원을 하고, 관심이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백 장관이 직접 나서는 것도 우호적인 분위기를 띄우려는 의도다”라고 말했다.

백 장관은 지난달 9일 칼둔 청장 방한 당시 사우디에 대한 영향력이 강한 UAE가 한국의 사우디 원전 수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언급했던 터라 이번 UAE 방문을 통해 사우디 원전 수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백 장관은 "지난달 칼둔 UAE 아부다비 행정청 장관 방한 등으로 한국과 UAE가 전면적·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돼 양국의 호혜적 발전을 위한 획기적 전기가 마련됐다“며 ”바라카 원전의 차질 없는 준공 협력 등을 계기로 (원전 수출을 위한)모멘텀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9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미팅룸에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업계에서는 백 장관을 도와 한국의 원전 기술력을 설명해야 하는 한수원과 한전 사장이 여전히 공석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탈원전을 선언한 정부가 원전 수출 세일즈에 나선 모습에 대해 해당국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 건설을 희망하는 국가들은 정부보다는 기업 자체의 신뢰도를 평가하기 때문에 기업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체코 정부는 올해 중 신규 원전사업 입찰제안서를 발급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인데, 한국 정부가 아닌 한수원과 수차례 왕래하며 기술력을 평가하고 있다. 지난 9일 체코 전 총리가 한수원 새울 본부를 방문해 한국의 원전기술에 대해 칭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기업 수장이 수출 희망 국가에 직접 접촉하는게 사업 파트너로의 관계를 쌓는데 더 중요하다”며 “최대한 빨리 수장들이 정해져 세일즈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사장 공모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고, 한수원도 백 장관의 UAE 방문 일정을 마친 오는 26일 이후에야 사장 내정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수원은 지난 13일 사장 공모를 마쳤다. 한수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오는 22일 사장 후보자 서류심사를 거쳐 26일 면접심사를 한 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사장 후보자를 추천할 계획이다. 한수원 사장 공모에는 총 5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도 백 장관이 홀로 분투해야 하는 상황이라 한전과 한수원 사장 없이 설득력을 강화할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전수출전략협의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우디 원전 수주 지원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협의회에는 한전과 한수원·건설시공사 등으로 구성된 '사우디 원전 수주 팀 코리아'도 꾸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처 내에 사우디 원전 수주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략을 짜고 있다”며 “아직 백 장관의 UAE 방문 일정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한전과 한수원 부사장이나 기술본부장 등과 동행해 각 기업 사장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