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의 올해 최대 숙원인 대출총량규제 완화를 두고 금융당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미국발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대출규제를 완화하면 풍선효과로 인한 저축은행의 대출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업계는 이르면 설 연휴 이후 대출총량규제 완화와 관련한 협의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부터 저축은행 업권을 대상으로 대출총량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출총량 규제 시행으로 국내 저축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5.1%, 하반기부터는 5.4%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넘지 못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권의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조2000억원 줄었다. 저축은행들은 대출총량 규제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그동안 대출총량 규제 때문에 햇살론과 같은 정책 서민대출도 판매할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6~8등급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금리 연 18% 이하의 중금리대출 역시 취급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취급액 역시 대출총량에 합산돼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수익성이 낮은 중금리 대출이나 정책 서민대출을 줄이고 법정최고금리(연 24%)에 육박하는 고금리 대출 취급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대출총량규제가 역으로 정책서민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미 주요 저축은행은 고금리 대출을 줄이고 중금리 대출 상품 취급을 늘려왔는데, 당국의 규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의 생각은 다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권에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데 상당히 신중한 모습이다. 특히 총량규제 완화에 대해선 완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당국 입장에선 아직 저축은행 업권의 영업방식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며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 섣불리 대출규제 완화 카드를 꺼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새로운 대출 규제인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을 도입하면서 은행권에서 막힌 대출수요가 2금융권 등으로 쏠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상황에 저축은행 업계 대출규제를 완화하면 자칫 저축은행 가계대출이 다시 폭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DTI는 연간 갚을 대출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을 때 기존 대출은 이자만 DTI에 반영했다. 반면 신DTI는 기존 대출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반영한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거나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DSR은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 등 차주의 모든 대출 원리금을 연소득을 나눈 개념이다. 은행별로 DSR 비율을 설정해 해당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신DTI는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됐으며, DSR은 올해 하반기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권의 수익성 하락을 당국도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올해 미국 금리 인상, 새로운 대출규제 도입 등으로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저축은행에 적용된 총량규제를 완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