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미국 증시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대비 0.5% 상승으로 증권가 예상치(0.3% 상승)를 훌쩍 뛰어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 마감했다. 지난주(5~9일) 급락 이후 바닥을 다지는 과정에서 내성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밤사이 동향 중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가 전 거래일보다 22.87% 내린 19.26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다시 10선으로 내려앉았다는 것은 그만큼 급락에 대한 공포감이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가 공포도 당분간은 진정될 전망이다. 1월 물가 상승의 이유가 렌트비 상승, 유가 상승 때문이었는데 2월 들어 두 지표가 하향 안정되는 조짐이라 당분간 물가가 증시를 끌어내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매판매가 0.3% 감소한 것 또한 인플레 압력이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증시 투자자 입장에서 연휴 기간 주목해야 할 남은 이슈는 16일 미국 옵션만기일 정도인데,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물가 서프라이즈에도 주가 ‘팡’ 튄 FAANG…바닥 다진 듯

1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전날보다 253.04포인트(1.03%) 상승한 2만4893.49에 거래를 마쳤다. 나흘째 상승세다.

다우존스지수 차트

또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5.69포인트(1.34%) 오른 2698.63에, 나스닥 지수는 130.11포인트(1.86%) 오른 7143.62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1월 물가 서프라이즈에 대한 우려감에 하락 출발했다. 미국 노동부는 장 시작 전에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5%(계절 조정치)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증권가 예상치는 0.3%,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 결과는 0.4% 상승이었다. 근원 소비자물가 또한 예상치(0.2%)보다 높은 0.3% 상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 및 금리 인상이 기업 실적이나 투자 심리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낙관론이 퍼지면서 증시는 금세 상승 전환했다. 1월 소매 판매가 0.3% 감소하면서 연준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도 이어졌다.

상승은 팡(FAANG) 주식이 주도했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등이 1~4% 올랐다. 보유 자산 대비 성장성이 높은 고밸류에이션 종목이 상승을 이끌었다는 것은 공포심리가 어느 정도는 진정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글로벌트인베스트먼트의 토머스 마친 매니저는 “FAANG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말했다.

다만 100% 안심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이 진행될 경우엔 증시 전반적으로 자금 이탈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밤사이에도 채권 가격 하락세는 이어졌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장중 2.913%까지 올랐다.

CNBC에 따르면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조정 국면이 끝났다고 낙관할 수는 없다”고 했다.

◇ 물가 우려 진정 기미…연휴 기간 남은 이슈는 16일 옵션만기일

이날 노동부는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있다”고 했으나,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음식,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0.3% 오르는 데 그쳤고 에너지(유가)와 렌트비 또한 2월 들어서는 잠잠해지고 있어 당분간은 물가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의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최근 금리 급등으로 모기지 30년 금리가 4.3%까지 치솟았다”면서 “금리 상승으로 공실률이 상승 반전하면서 전체적인 렌트비 부담은 경감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치솟은 금리로 인해 금리가 진정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WTI 국제유가 또한 1월 66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최근엔 5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유가가 진정되면서 2월 물가 상승 압력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밤사이 WTI는 2.4% 상승해 60.69달러에 마감했다.

국내 증시 투자자 입장에서 봐야 할 남은 이슈는 16일(현지시각) 옵션만기일이다. 지난주 VIX로 인한 투매가 나왔던 상황이라 아주 안심할 수는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옵션만기일이 변수로 지목될 때마다 투자자들 간의 자정 작용으로 정작 만기일엔 양호한 흐름을 보였던 전례가 많았던 만큼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가 더 많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