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지은(42)씨는 일상생활 중 눈 앞에 떠다니고 어른거리는 이물질을 종종 발견했다. 김씨는 “마치 날벌레가 눈 앞에 날아다니는 것 같다”며 “일시적인 현상이라고는 생각하긴 했지만 책을 볼 때 증상이 더 심하다”며 “이 현상을 뭐라고 말해야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눈 앞에 날파리 형상의 이물질이 떠다니는 증상을 ‘비문증’이라고 한다. 날비(飛), 모기문(蚊), 증세 증(症)으로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 ‘날파리증’이라고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비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2014년 19만 5483명에서 2016년 22만 2428명으로 약 14%가량 증가했다.연령별로는 40대 이상이 1만 9600여 명으로 전체 진료 인원의 약 88%를 차지하고 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안과 검사를 하고 있다.

◇ 비문증 왜 발생할까요?

우리 눈은 탁구공만 한 크기로 동그랗게 생겼다. 안구 속에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구조물이 유리체로, 수정체와 망막 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투명한 젤리 모양의 조직이다. 수정체와 망막의 신경층을 지지해 안구의 정상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빛을 통과시켜 망막에 물체의 상이 맺힐 수 있게 한다. 유리체의 투명도가 유지돼야 우리 눈이 명확한 시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유리체 내에 혼탁이 생기면 망막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비문증이 발생한다. 날파리가 떠다니는 증상 외에 줄 모양의 음영이 보이기도 하고, 눈을 감거나 떴을 때 번쩍거리는 광시증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오현섭 누네안과병원 원장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유리체 일부분이 수분과 섬유질로 분리되는 ‘유리체 액화’ 현상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오 원장은 “유리체 액화 현상은 40세 이후부터 증가해 80~90대가 되면 젤리 모양이었던 유리체가 대부분 액체로 변한다”며 “이것이 경미한 혼탁을 유발해 망막에 그림자가 지고 이 그림자가 날파리 같은 모양으로 시야에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눈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인가요?

오현섭 원장은 “비문증은 눈이 느끼는 증상의 일종일 뿐 이 자체가 질병을 뜻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대부분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떠다니는 물체가 많아지거나 눈앞에 아른거리는 증상이 느껴진다면 병원으로 가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망막박리 같은 안(眼) 질환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망막박리는 망막의 안쪽을 이루는 감각신경층과 바깥쪽의 색소상피층이 서로 분리되는 질환이다. 쉽게 말하면 안구 벽과 붙어있어야 정상인 망막이 안구 벽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김성우 고대안산병원 안과 교수는 “자칫 망막 박리로 진행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비문증과 함께 출혈, 시력 저하, 시야 협착, 두통 등이 동반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 고혈압, 급성열성전염병 환자에게 비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 자가진단법 없어…병원 검사·치료 어떻게?

일반인이 스스로 비문증의 원인이 노화인지 다른 질병 때문인지를 알 수 있는 자가 진단법은 없다. 오현섭 원장은 “이런 증상이 있을때 병때문인지 노화인지 본인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 전까지는 구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화로 인한 비문증의 경우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으나 일상생활에 큰 무리를 줄 경우 레이저 시술이나 수술적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비문증 환자가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합병증을 동반하기도 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특히 망막박리와 같은 동반된 안질환이 있다면 이를 치료해야 한다. 망막박리 치료는 증상에 따라 레이저 광응고술과 수술에 의한 방법이 있다. 오현섭 원장은 “망막에 열공이 생겼지만 아직 박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즉각적인 레이저 광응고술을 실시해 망막박리를 막아야 하며, 망막박리가 이미 진행되기 시작했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우 교수는 “고도 근시의 경우 유리체 변화가 조기에 일어나기 때문에 비문증이 일어난다면 반드시 자세한 안과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갑자기 검은 점들이 많이 보이거나 시력 저하, 지속적으로 점차 진행하는 시야 감소가 느껴지는 경우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