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올해 1월 수주 경쟁에서 일본 업계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업체의 월별 기준 신규 수주 물량이 일본에 뒤진 것은 2016년 11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조선업체의 남은 일감을 보여주는 수주잔량도 2월 초 기준으로 일본 업체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조선업계가 구조조정 등으로 주춤한 사이 일본 조선업계가 그 틈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18일 영국계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은 총 63척, 234만3310CGT(Compensated Gross Tonnage·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한 무게 단위)로 작년 1월 100만2822CGT(64척)보다 배(倍) 이상 늘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LPG운반선.

올해 1월 발주된 물량 중 한국 조선업체가 수주한 선박은 총 9척, 48만289CGT로 전체의 20.5%(CGT 기준)였다. 반면 일본은 16척, 67만1397CGT를 수주해 전체 물량의 28.7%를 가져갔다. 중국 업체들은 전체의 37.2%인 87만1725CGT(31척)를 수주해 한국과 일본은 큰 차이로 따돌렸다. 작년 1월의 경우 한국 업체들은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의 33.2%를 수주했고 당시 일본은 전 세계 발주 물량의 4.1%를 수주하는 데 그쳤었다.

조선업체들의 일감을 의미하는 수주잔량도 2월 초 기준으로 일본이 1609만6618CGT로 한국(1524만7601CGT)을 앞질렀다. 수주잔량은 배를 다 짓고 인도하는 물량보다 새로 수주하는 물량이 많으면 늘어난다.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2000년 1월부터 줄곧 수주잔량에서 일본 조선업계를 앞질러 왔으나 2016년 12월에 일본에 역전당한 뒤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올해 1월말 기준으로는 한국 조선업계가 일본을 앞섰지만 2월 들어 다시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한때 전 세계 조선시장을 호령했으나 1980년대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생산능력이 크게 줄었다. 90년대 후반에는 기본설계 인력 등 인재 양성에도 소홀하면서 한국과 중국에 역전당했다. 그러나 2015년 후반부터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한국 조선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2003년 이후 계속 한국 업체에 밀리던 일본 업체들은 13년 만인 2015년에 수주량에서 한국 업체를 앞지르기도 했다.

일본 조선업계는 최근 친환경 선박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 향후 한국 업체와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대기 및 해양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친환경 선박 발주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저가로 공세하고 일본 업체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수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가 1분기 안에 혁신성장 방안을 내놓겠다고 하는데,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