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춘절(중국의 설) 연휴가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이다. 지난주(5~9일) 중국 증시 급락 때 하락의 원인으로 한 글로벌투자은행 애널리스트가 “거래정지 기간이 너무 길어 위험을 회피하려는 매도 물량이 많다”고 진단했을 정도로 길다.

아무래도 쉬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 된다면 거래정지는 ‘리스크 요인’이다. 남들 다 팔고 도망갈 때 나 혼자 두들겨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심지어 개별종목 분야에서도 거래정지는 화젯거리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은 액면분할을 실시하는 삼성전자(005930)의 거래정지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액면분할 발표 직후 “규정을 변경해 거래정지가 아예 없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 거래 정지가 그만큼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등이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이 2000년 4월 액면분할을 실시할 때도 거래정지 리스크가 부각됐다. 그 당시는 하필이면 ‘IT 버블’이 하루가 다르게 빠지던 시점이다. 그때는 거래 정지 기간이 이틀에 불과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거래 정지 직전 일주일 사이 SK텔레콤은 38만원대에서 26만원대로(액면분할을 반영한 수정 주가 기준) 급락했다.

중국 춘절에 대한 부러움을 잠시 억누르고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국내 증시는 15, 16일 이틀간 거래 정지되는데, 이틀밖에 안되는 쉬는 기간임에도 SK텔레콤 액면분할 때처럼 경계해야 할 요인이 적지 않다. 특히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유념해서 봐야 할 것이 14일(현지시각) 발표될 1월 소비자 물가, 또 16일 옵션만기일 동향이다.

다행히 밤사이 미국은 괜찮았다. 연휴 기간이 두렵다면 오늘 장중 탈출을 시도해봄 직하다. 신경 쓸 것이 많다면 쉬는 동안 떡국 맛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을 테니 돌아와서 잘 대응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좋을 듯하다.

다만 미국 증시 변동성이 빠른 속도로 안정화되고 있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 또한 적지는 않다.

갑자기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가 떠오른다. 그때 국내는 추석 연휴 기간이었다. 당시 명절을 쇠다가 갑자기 붙들려 나와 리포트나 기사를 써야 했던 애널리스트, 기자가 많았다. 우리가 쉰다고 남들도 쉬는 것은 아니다. 미국 증시가 꾸준히 보합을 이어나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