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계 3위인 한국GM이 2100여명이 일하는 군산 공장을 5월 말까지 폐쇄한다고 13일 밝혔다. GM은 "군산 공장의 3년간 공장 가동률이 20%에 못 미쳐 공장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2100여명은 전환 근무 없이 전원 희망퇴직 대상으로 분류됐다.

미국 GM 본사는 군산 공장 폐쇄에 그치지 않고 다른 공장 폐쇄도 거론하며 우리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GM은 한국 정부에 자금 지원과 세금 감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댄 암만 GM 총괄 사장은 12일(현지 시각) 로이터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 노동조합과의 협상 결과를 토대로 몇 주 안에 나머지 공장들의 (폐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시간이 없으며 모두가 긴급히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2월 말까지 (정부 등) 이해 관계자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그때까지 우리 정부가 한국GM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지 않으면 GM이 한국 시장에서 전면 철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GM의 군산 공장 철수 결정과 압박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면서 업계와 정부, 지역사회, 정치권은 'GM 쇼크'를 받은 모습이다.

주관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GM의 군산 공장 철수 결정 하루 전인 12일 밤에 구두로 통보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혀 예상을 못 한 상태에서 이러한 결정을 듣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 등은 13일 고형권 기재부 1차관 주재로 긴급 관계 기관 회의를 열고 "GM 측의 일방적인 군산 공장 생산 중단 및 폐쇄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국GM은 인천 부평과 전북 군산, 경남 창원에 완성차 공장을 운영 중이다. 전체 고용 인원은 직접 고용 1만4200여명에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하면 30만명이다.

13일 폐쇄가 결정된 한국GM 군산공장은 정문이 닫힌 채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날 만난 한 공장 직원은 “설을 앞두고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GM의 작년 판매량은 52만4547대로 2016년보다 12.2% 감소했다. 최근 4년간 누적 영업 손실은 약 3조원이다. 군산 공장은 준중형 세단인 '크루즈'와 MPV(다목적 차량) '올란도'를 생산해왔다.

군산 공장 폐쇄 결정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12일 오전 정부가 "자구안을 가져오라"고 하자 그날 저녁 GM은 공장 폐쇄 결정을 통보했다. 정부와 업계는 충격을 받고 있다. 게다가 GM은 2월 말 안에 정부 지원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한국 시장에서 전면 철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댄 암만 GM 총괄 사장은 "한국에서 장기간 머물지는 한국 정부의 자금 조달 의지와 인센티브 제공 여부, 노조가 임금 삭감에 동의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은 GM을 비난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군산 공장을 완전 폐쇄하기로 한 GM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경영 태도를 강력히 성토한다"고 밝혔다.

◇한국GM 위기 부른 낮은 노동생산성

한국GM 위기의 원인 중 하나는 GM의 전략 변화다. 2013년 GM 본사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크루즈와 스파크 등을 생산해 유럽에 팔던 한국GM은 직격탄을 맞았다. 2013년 63만대였던 수출은 작년엔 4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고임금과 낮은 노동생산성이라는 고질병도 원인이다. 한국 차 업체의 생산성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국내 5사의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 시간은 26.8시간이지만 도요타는 24.1시간, GM은 23.4시간이다. 반면 국내 5사의 2016년 기준 평균 임금은 9213만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도요타(9104만원), 폴크스바겐(8040만원)보다 높다. 2013년 7300만원이던 한국GM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작년 8700만원으로 20% 정도 올랐다. 군산 공장이 멈춘 날에도 회사는 노조 요구에 따라 평균 임금의 8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해왔다. 한 국책 연구 기관 관계자는 "노동생산성이 낮고 물량도 줄고 공장 가동률은 20%인 군산 공장의 폐쇄는 피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대적 구조조정 신호탄

한국GM은 창원과 부평 공장 등 국내 사업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한국GM은 군산 공장뿐만 아니라 전 공장 사업장에 근무하는 상무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메일 희망퇴직을 접수받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군산 공장에 근무하다 퇴직하는 사람들은 1인당 2억원 안팎의 퇴직 위로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앞으로 50만대 생산 체제로 운영된다. 현재 부평(44만대)과 창원(21만대) 공장의 최대 생산 규모가 65만대인 것을 감안하면 소규모 라인 축소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구조조정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한국GM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동의가 필수적이지만 벌써부터 한국GM노조는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GM노조는 "14일 오전 결의대회를 개최해 군산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에 맞서 필사즉생의 각오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일자리와 지역 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GM 측과 지속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산업은행을 통해 한국GM이 수년간 적자 누적으로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경위에 대해 실사(實査)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