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사람들이 재기하도록 도우려면 단순히 빚만 줄여주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일자리를 찾아줘 돈을 벌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생계도 유지되고 빚도 갚을 수 있지요."

문창용 캠코 사장은 13일 "금융빚에 짓눌린 연체자들에게 캠코의 자활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건 바로 일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창용 사장은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들어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지난 2016년 11월부터 캠코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문창용 캠코 사장은 13일 본지 인터뷰에서 “빚으로 고통받는 연체자의 재기를 도우려면 빚을 줄여주는 것뿐 아니라, 일자리를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창용 사장은 캠코 자활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2500명을 추가로 취업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캠코는 원래 금융회사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외환위기 직후 많은 금융회사가 문을 닫을 때, 당시 성업공사였던 캠코는 쏟아져 나온 부실채권을 정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안정된 2010년 7월부터는 금융회사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빚을 일부 탕감해주고 일자리를 마련해 줘 재기의 발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캠코가 연체채권을 인수한 뒤, 원금과 이자를 줄여주고 나머지를 나눠 갚을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취업한 숫자가 작년 말까지 7500명에 이른다.

문 사장은 "자활 프로그램에서 일자리를 구해 빚 갚기에 들어간 사람들의 70%가 50대 이상 중·장년층이고 학력은 고졸 이하가 66%"라며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쉽지 않지만 취업 특강, 직업훈련을 받은 뒤 지방자치단체 공공 일자리, 아파트 경비원 등으로 일하며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취업한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167만원으로 많지 않은 편이지만, 최근 3년간 캠코 자활 프로그램을 통한 취업자는 크게 늘고 있다. 지난 2015년 1051명이던 취업자가 2016년 1387명, 2017명 1950명 등으로 늘면서 연간 증가율이 각각 32%, 40%를 기록했다. 문 사장은 자활 프로그램 대상자를 늘려, 연체자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그는 "이달 말부터는 금융빚이 1000만원 이하이면서 10년 넘게 못 갚고 있는 연체자들도 다른 재산이 없으면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자활 프로그램을 통해 2500명을 취업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지난 2010년 프로그램 도입 후 취업자 합계가 1만명을 돌파하게 된다.

어려움도 있다. 일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취업자들이 50~60대이고 육체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많아 시간이 흐를수록 일자리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작년에 캠코 자활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한 1950명 가운데 600명을 샘플 조사한 결과 "최소 3개월간 같은 일자리를 지켰다"고 답한 비율이 78%로 나타났다. 캠코는 취업자가 다시 연체에 빠지면 일자리를 안내하는 조치도 취하고 있다.

문창용 사장은 오는 2020년까지 활용도가 낮은 국·공유지 개발 사업을 통해 건설 분야 일자리 1만4000개를 만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문 사장은 "채무 불이행에 빠져 경제적으로 낙오한 이들이 자활 프로그램을 거쳐 '패자 부활'을 하고 사회적으로도 재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