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1년간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했다. 13일 군산공장에 대해 전격 폐쇄 결정을 내리면서 철수의 다음 ‘타깃’이 한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GM이 매각을 결정한 유럽 자회사 오펠의 로고 앞에서 발언하는 메리 바라 GM 회장

GM의 해외시장 철수작업은 4년여 전부터 본격 추진됐다. 지난 2013년말 GM은 ‘유럽지역 브랜드 강화전략’을 발표하면서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를 결정했다. 독일과 영국에서 각각 운영하는 자회사 오펠과 복스홀에 집중하기 위해 쉐보레 판매를 유럽에서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불과 며칠 뒤 호주에서 운영하는 홀덴공장도 2017년에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GM은 호주에서 “우리는 여기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삽입된 TV 광고까지 방영하며 잔류 의지를 표명했지만, 호주 정부의 지원금 지급이 중단되자 미련없이 짐을 싸기로 방침을 정했다.

2015년에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잇따라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을 중단했다.

2013년 이후 GM의 글로벌 사업장 철수 내역

GM은 3년 뒤인 지난해 3월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오펠과 복스홀마저 프랑스 PSA그룹에 20억유로(약 2조4000억원)에 매각하며 유럽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GM의 글로벌 시장 철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두 달 뒤인 지난해 5월에는 인도 시장에서도 철수 결정을 내렸다. 인도에서 GM의 시장 점유율이 너무 낮고 더 이상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GM은 지난 1995년 인도 시장에 진출했지만 20년간 현지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GM은 인도 철수를 발표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본 이스즈와 합작으로 운영해 오던 상용차 사업의 지분도 전량 이스즈에 매각해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GM이 글로벌 시장에서 줄기차게 철수하고 있는 것은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거대한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것이다. 미국과 중국 등 ‘돈이 되는’ 거대 시장에만 집중해 실적을 최대한끌어올리고 구조조정을 통해 절감하게 될 비용과 자산을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 신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향후 한국시장에서의 전면 철수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크루즈와 올란도 뿐 아니라 부평공장에서 만드는 말리부,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파크 등 다른 차종들도 최근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이 자리에서 그는 철수 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GM의 한국시장 철수 우려는 현재 한국GM을 이끌고 있는 카허 카젬 사장의 이력과도 연관이 있다. 카젬 사장은 한국GM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 GM 인도법인의 사장으로서 인도 시장에서의 철수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그가 사장으로 임명될 당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GM의 대표적인 ‘철수전문가’로 꼽히는 카젬 사장이 이번에는 한국에서 철수작업을 주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의 눈초리가 많았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은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2월말까지 이해 관계자들은 긴급 조치를 취하고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정부의 추가 자금 투입에 대한 시한을 GM이 이달 말까지 결정할 것으로 통보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한국시장에 대한 전면 철수로 이어질 경우 약 30만개의 관련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