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군산 경제는 끝났다고 봐야죠. 현대중공업도 떠났는데 한국GM 공장마저 문을 닫으면 이 지역 사람들은 뭘 먹고 살아야 합니까?”

13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군산시민 박모씨는 깊은 한숨과 함께 이렇게 토로했다. 전북 군산의 대표적인 상권인 수송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씨는 “지난해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공장 폐쇄 결정이 나오니 참담할 뿐”이라며 “군산 시민 모두가 살 길이 막막해졌다”고 말했다.

한국GM 군산공장 인근에 위치한 군산 소룡동 먹자골목. 저녁시간에도 길거리를 걷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권이 쇠락했다.

한국GM이 이날 군산공장에 대해 전격 폐쇄 결정을 내리면서 군산은 물론 전북 지역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옛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20여년간 ‘향토기업’과 다를 바 없었던 군산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이 지역의 고용은 물론 상권과 부동산 시장 등이 연쇄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현재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수는 2000명. 군산공장과 인근 130여곳의 부품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수는 1만2000여명이다.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약 5만명에 이른다. 군산시 인구가 26만명임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한국GM 군산공장과 직접 관련있는 셈이다. 여기에 군산공장과 협력업체 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구까지 고려하면 군산시 경제에서 한국GM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군산에 있던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을 닫았다. 현대중공업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가 점차 살아나던 2010년 3월 군산에 조선소를 열었지만, 이후 조선과 해운경기가 사그라들고 실적이 악화되자 결국 폐쇄조치를 내렸다. 이 때문에 군산조선소 관련 50여개의 협력업체가 도산하고 관련 근로자 5000여명이 실직했다.

문용묵 군산시 지역경제과장은 “현대중공업과 한국GM 군산공장을 합쳐 최근 1년간 2만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 셈”이라며 “군산시 지역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두 회사의 철수로 군산 경제는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군산시 경암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조모씨는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을 닫고 한국GM마저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이미 지역 상권은 빠르게 죽어가고 있었다”며 “두 회사만 바라보며 살았던 군산 시민들은 이제 다시 농사를 지어야 하나 망연자실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부동산 시장 역시 붕괴 우려가 커졌다. 군산시 수송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강채민 공인중개사는 “지난해부터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이 집을 내놓으면서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보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GM 공장 폐쇄로 일자리가 사라진 군산에 누가 터를 잡고 살겠느냐”며 “주택 가격 폭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군산공장 주변 상권은 1층 대로변 상가도 곳곳에 ‘임대’를 알리는 종이만 붙은 채 비어있는 곳이 많았다.

강성 노조와 지역경제에 무관심했던 정치권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조모씨는 “작년에 한창 회사가 어려울 때도 노조는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며 올 초까지 총파업을 하겠다고 위협했다”며 “이게 공장이 문을 닫게 됐는데 속이 시원할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부터 공장이 폐쇄된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지역구 국회의원은 한 마디 관심조차 보인 적이 없었다”며 “경영을 못한 한국GM 뿐 아니라 강성 노조와 정치권 모두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일방적인 한국GM의 공장 폐쇄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문용묵 과장은 “이달에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을 만났을 때도 군산공장을 폐쇄할 수도 있다는 신호는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며 “그 동안 쉐보레 차량구매 캠페인을 벌이는 등 군산시 전체가 보여준 노력을 이런 식으로 저버릴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는 군산공장의 회생이나 매각 등의 전제조건이 없을 경우 한국GM에 대한 추가 자금투입을 절대로 허용해선 안 된다”며 “공장이 문을 닫을 경우 200만명의 전북도민 등과도 연계해 앞으로 한국GM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