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이 확대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긍정적 시각이 늘어난 것은 우리 주식시장에 좋은 신호입니다."

올해로 10년째 베어링자산운용 한국 법인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박종학 부사장은 지난 8일 인터뷰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중 하나였던 기업 지배 구조 투명성이 개선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오면 상승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그는 "국내 기업의 배당 지급률은 평균 20% 정도인데, 앞으로 선진국 수준인 30~4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난 8일 서울 을지로 사무실에서 만난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루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 리밸런싱 등 세 가지 투자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부사장은 국내에서 배당 투자와 가치 투자의 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주주 환원에 적극적인 기업, 저평가된 우량 기업을 발굴하는 '고배당 펀드' '가치형 펀드' 등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 6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가운데서도, 베어링의 주식형 펀드에는 6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유입됐다. 베어링 '고배당 투자회사(Class A)'의 5년 수익률이 73.19%나 되는 등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에게 안정적 고배당주 고르는 방법,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 투자 원칙, 올해 국내외 주식시장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급성장 없지만 안정적 수익 내는 배당주(株) 투자

박 부사장은 고배당주를 고르는 방법으로 "시장 평균보다 높은 배당 수익률을 제공하는 주식뿐 아니라, 최근 기업 수익이 늘고 배당 정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고른다"고 말했다. 차곡차곡 쌓인 유보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려줄 수 있는 기업은 성장세는 빠르지 않지만 이미 사업 모델이 정착해 꾸준한 수익을 내는 견실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요즘 급성장 중인 바이오 분야 등 성장 단계의 기업들은 짧은 기간에 주가가 10~20%씩 오를지 몰라도, 수익이 나면 이를 재투자해 기업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배당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박 부사장은 덧붙였다.

박 부사장은 최근 기업들의 배당 성향이 높아지고 있어 올해도 배당주 투자가 유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 중심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며 "보유한 현금이 많은데 아직 배당 정책에 인색한 기업, 실적은 좋은데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한 기업, 배당을 더 많이 주는 우선주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없어도 괜찮을 정도'만 위험 자산에 투자해야"

박 부사장은 꼭 지켜야 할 투자 원칙으로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 리밸런싱(rebalancing·재조정)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이런 원칙이 지루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첫째는 장기 투자다. 한 분야에서 시장을 지배할 기업을 찾아내 3년 이상 투자하자는 것이다. 박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현재 1주에 200만원이 넘지만, 5000~1만원 할 때도 있었다"며 "30년 전에 삼성의 미래 가치를 내다보고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했다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장기 투자를 할수록 투자 원금이 늘어나는 복리 효과가 나타난다"며 "일시적으로 주가가 오르고 떨어질 때마다 들락날락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적 투자 기간은 "3년 이상"이라고 했다.

다음으로 분산 투자가 중요한 이유로 "어떤 노련한 투자자라도 투자할 기업을 고르는 안목이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부사장은 "실적이나 성장성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에 장기 투자하되, 한두 종목이 유망해 보인다고 해서 자산을 몰아넣지 말라"고 말했다. 주식시장 내에서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할 수도 있고, 원자재나 외화에 대체 투자하는 등 개인 성향에 따라 자산을 나눠 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박 부사장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리밸런싱'이다. 그는 "보유 재산,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정도, 연령대 등에 따라 정기적으로 자산 배분을 재조정하라"고 했다. 예컨대 노후 자금을 불리려는 은퇴자는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위험도 높은 벤처 투자에 섣불리 나서면 안 된다. 원금을 잃었을 때 일해서 손해를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젊은 나이에 꼬박꼬박 월급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위험이 주식에 좀 더 비중을 실을 수 있다. 박 부사장은 "전체 자산의 몇 퍼센트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면 좋을지 생각해보고 때때로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총 자산 중 30%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는데, 주가가 많이 올라 자산 내 비중이 40%로 올라갔다면 차익을 일부 실현해 재조정을 하라는 것이다.

박 부사장은 "주식 등 위험자산엔'이 돈은 없어도 괜찮다' 할 수 있는 정도만 투자해야 한다"며 "그래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처럼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도 버틸 수 있다"고 조언했다.

"4차 산업혁명이 주식시장 패러다임도 바꿀 것"

박 부사장이 보는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은 어떨까. 최근 글로벌 증시가 급격한 조정 장세를 겪은 데 대해 박 부사장은 "건전한 조정으로 본다"고 했다. 미국 증시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꾸준히 올랐는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도 40%가 더 오르면서 증시가 고평가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은 "그럼에도 그동안 증시 상승에는 기업들의 호실적과 4차 산업혁명, 바이오 기술 발전 등이 뒷받침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확대, 감세 정책 등이 미국 경기를 더욱 부양하고, 유럽과 아시아도 성장세라 이번 조정을 거친 뒤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지 않는지는 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부사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 혁신이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에서 업종의 의미를 희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공지능, 자동화 등이 IT 분야만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어떤 업종이든 간에 혁신적 기술을 자기 사업에 적용해 경쟁력을 높이는 개별 종목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